식약청의 복잡한 판매 일시정지 품목이 일선 행정을 혼란에 빠뜨린 가운데 우리 주변 곳곳에서는 이들 품목들이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다.

이들 금지품목들은 다른 비슷한 제품들과 명칭이 유사한데다 판매 허용과 금지가 제조일자에 따라 구분되는 제품들도 다수여서 점검에 나선 일선 공무원이나 소비자, 판매자 모두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멜라민 함유 의심 제품 여전히 시중에 나돌아

"식약청이나 구청, 거래업체로부터 판매 중단에 관한 어떤 통보나 지시도 받지 못했습니다."
"판매금지 제품이 300개가 넘는다는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겠습니까."

멜라민 함유 우려 때문에 유통과 판매가 일시 금지된 제품의 상당수가 대전시내 곳곳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본보 취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300여 개의 '유통·판매 일시 금지식품'에 대한 판매 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전지역 중·소규모 할인점, 동네 슈퍼 등에서 여전히 해당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실제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소재의 A슈퍼에서는 식약청이 유통·판매를 일시적으로 금지시킨 제품들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고, 취재에 나선 본사 기자가 식약청이 일시 유통금지품목으로 선정한 초콜릿 등 제품을 구입해 계산을 마치기까지 아무런 통보나 제재도 없었다.

A슈퍼 주인은 "구청이나 식약청으로부터 해당 제품과 관련 어떤 조치도 받은 적 없다"며 "솔직히 어떤 제품이 금지품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덕구 신탄진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B슈퍼의 진열대에도 판매 일시금지 대상 과자류가 놓여 있었다.

가게 주인은 "해당 제품이 판매금지품목인지 몰랐다"며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금지 명단 등이 알려지지 않아 팔아도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복잡한 판매금지 목록에 공무원·판매자 모두 혼선

이 같은 사정은 휴일 동안 공무원의 점검을 마친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대전시 동구의 한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롯데제과의 '슈디'는 식약청의 유통·판매 일시금지 식품현황(26일 현재)에 기록된 제품이었지만 주인 A 씨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이 가게는 지난 휴일 공무원들이 조사를 마친 곳이어서 가게 주인은 더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A 씨는 "구청 점검반이 와서 진열된 물건들을 모두 보고 갔기 때문에 팔아도 되는 것인 줄 알았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가게에 직접 판매금지 목록을 주고 알아서 골라내는 것이 더 낫겠다"고 말하며 해당 제품을 급히 분류했다.

반면 같은 날 인근의 다른 가게에는 점검 결과에 따라 판매 일시 금지품목이 박스에 봉인돼 있어 한 동네에서도 점검 결과가 엇갈리는 모습도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구청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휴일도 없이 6개 팀을 동원해 구멍가게까지 모두 점검하고 있지만 300개가 넘는 품목을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이어서 혼란이 적지 않다"며 "같은 제품명이라도 제조사, 제조일자에 따라 일일이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만 평균 40분 이상 걸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압류 또는 봉인된 제품은 서구가 161㎏, 동구 94㎏, 중구83㎏, 유성구 18㎏, 대덕구 5㎏, 시청 28㎏ 등 389㎏에 이른다.

한편 이날 중국의 낙농가들이 멜라민보다 값이 더 싼 질소비료를 우유에 첨가했다는 전직 분유회사 직원의 고발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먹거리 파동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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