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험을 깨면 납입금의 1/3도 못 건진다지만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어쩔 수가 없네요.”

최근 직장인 A(36) 씨는 지난 2007년 초 가입했던 보험을 막대한 원금 손실까지 감수하고 해지키로 마음먹었다.

갈수록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월 100만 원씩 넣는 보험까지 끌고 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 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보험료를 제때 내지도 못해 혜택이 줄어든 데다 적지않은 돈을 꾸준히 내기도 버겁다”며 “앞날을 대비하려는 보험은 고사하고 현재 고비도 넘기기 어려운 꼴이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 보험이나 적금을 중도해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미래를 대비한 보험을 포기하는 생계형 해약이라는 점에서 불황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의 해약이나 납입 중단 등으로 인한 실효는 지난해 4분기 218만 5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나 급증했다.

보험의 실효는 지난해 1분기 194만 6000건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던 3분기에 203만 7000건으로 증가하며 오름세를 탔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한 환급금도 8조 18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늘었다.

손해보험 역시 가입자의 해약이나 실효 건수가 지난해 1분기 99만 9000건에서 2분기에는 102만 건, 3분기 110만 1000건, 4분기 133만 5000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효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6.8%나 급증한 것으로, 환급금도 지급 규모도 42.5% 늘어난 1조 4582억 원에 달했다.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펀드를 해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말 현재 전체 펀드계좌는 2332만 개로 6개월 전보다 179만 개 감소했고, 이 가운데 156만 개가 적립식 펀드였다.

반면 신용회복기관에서 소액 신용대출을 받아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지난달 신용회복위원회가 연 2~4%의 저금리로 1인당 1000만 원 한도까지 빌려준 금액은 지난달 38억 원으로 전월(18억 원)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이나 펀드, 적금에 이르기까지 해약을 원하거나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해약에 따른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생계형 해약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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