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 공개방안에 대해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유사 간의 경쟁을 촉진해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한다는 이번 방침에 대해 정유사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주유소와 소비자들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정유사별 석유제품 판매가격 공개를 규정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 최근 입안예고했다.

이번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규제개혁의원회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5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는 주간과 월간 단위로 각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4월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을 통해 주유소별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공개되면서 정유사의 공급가격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입장을 바꿔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현재 4대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합쳐 평균가격을 1주일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며 “기업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정유사가 공급가를 공개하는 것은 결국 시장의 유통질서를 깨는 것이며, 모든 도매상과 생산자가 공급가를 적용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유업계는 일정기간별로 최고 판매가격과 최저 판매가격 등 2개 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업계와 소비자들은 정부의 방침을 반기는 입장이다.

주유소업계는 그동안 주유소 판매가격을 공개한 것처럼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며, 정유사 간 가격경쟁을 통해 주유소 가격 안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양 모(35·청주 흥덕구 산남동) 씨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을 공개하면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정부의 방침에 대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석유제품의 가격 안정을 위한 방침으로 주유소와 소비자들은 일단은 반기는 입장이지만 그 실효성은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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