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료시사회가 결국 상조회사 영업의 수단이었네요. 어쩐지 최근 개봉된 영화를 보여준다고 하더니 이유가 있었네요.”

23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서구 A시네마. 월요일 오전시간인 데도 영화관 안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모두 국내 300여만 명의 눈을 사로잡은 영화 ‘워낭소리’를 무료로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것.

영화관을 찾은 이들의 손에는 모두 길거리 등에서 받은 무료 초대권이 들려 있었다. 초대권 상단과 뒷면에는 ‘관혼상제 예법 홍보를 위한’이란 수식어가 눈에 띄었다.

문구를 자세히 보면 28세에서 60세까지만 입장을 허용하고 총소요시간은 2시간 30분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영화 ‘워낭소리’의 상영시간은 1시간 20여 분. 1시간가량의 시간이 비는 것이다. 궁금증은 영화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풀렸다.

자신을 B종합상조 영업상무라고 밝힌 관계자가 무대 앞에서 “영화를 보기에 앞서 잠시 관혼상제 예법 홍보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무료 영화상영이 상조상품 홍보 및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이게 한 미끼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업 상무는 50여 분간 다른 상조회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자사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특히 장례식장의 피해사례에 대한 각종 보도 등을 스크린을 통해 보이며 “상조회사에 가입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런 피해를 당하게 된다”고 상품가입을 유도했다.

관객 김 모(57) 씨는 “영화가 공짜라고 해서 아내랑 함께 왔는데 상조상품 홍보인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예전에는 사무실이나 강당을 빌려 상품을 팔거나 홍보를 했는데 이제는 영화관에서까지 이렇게 할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의 피해사례에 놀란 것일까. 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은 상조상품 가입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영업상무가 이날 계약서를 작성하는 신청자에 한해 298만 원짜리 상품을 50만 원 할인해준다고 하자 가입신청자가 줄을 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정 모(52·여) 씨는 “여기서 들은 이야기만으로 선뜻 상조상품에 가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이날 극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 상조상품에 가입을 했지만 최근 상조업과 관련해 잇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피해 상담건수는 2005년 219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에는 1374건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여가생활의 장소인 영화관이 상조회사의 홍보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영화관 측은 “이번 상조회사에서 하는 홍보활동은 영화관 측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상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상조업체의 재무상태와 고객 불입금 관리방법, 회계 감사 여부 등의 정보를 계약서나 광고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결정했다.

이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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