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동심들의 초등학교 선거가 정치판 선거꾼들마저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명함돌리기와 연설을 위해 학원행은 기본. 단체장급 공약에 수백만 원대의 당선사례를 약속하는 등 씀씀이가 어른들 못지 않다.

대전 서구의 모 초등학교는 최근 회장선거를 치르며 지방선거 못지 않은 극심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모두 6명의 초등학생들이 선거에 출마한 이 학교에서 각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그야말로 단체장급 공약 수준이다.

모 후보는 학교에 체육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가 하면 학교에 없는 수영장 확보에 앞장서겠다는 당찬 공약들을 줄줄이 내놔 여타 학부모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했다.

전교 회장이 된다면 내놓겠다는 당선 사례도 굵직하다.

모 학생은 자신이 전교 회장에 당선되면 전교생 1700여 명에게 ‘콜팝(콜라+치킨강정)’을 돌리겠다고 공언했다. 콜팝의 한 개당 가격은 1500원. 전체 학생에 돌린다면 250여만 원을 훌쩍 넘는다.

등굣길 유세 분위기는 웬만한 기성세대 선거와 흡사하다.

교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초등학생들에게 ‘00찍어’, ‘00찍으면 학교가 발전한대’, ‘돈이 많으니까 학교에 많이 투자할 것 아냐’라며 동심을 유혹하느라 바쁘다.

학부모들에게는 ‘기호 0번 찍어주세요’라며 문자메시지를 날리며 자녀 표심에 영향력이 큰 ‘학부모 공략’도 철저하다.

한 학부모는 “얼마 전 아이한테 선거 얘기를 듣고 설마했다가 아침 일찍 학교 앞 선거 풍경을 눈으로 확인하고 놀랐다”며 “민주주의 체험의 장이어야 할 초등학생 선거가 일부 학부모들의 극성에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초등학생 때부터 자녀의 이력을 관리해줘야 하는 현 사회적인 풍토가 보다 근본적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갈수록 기성세대 정치판과 판박이가 되어 가는 초등학생 선거 세태를 꼬집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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