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충남 부여·초5·가명) 양은 매일 새벽 6시에 눈을 뜬다.

작년까지 통학을 도와주던 아버지가 올들어 아침일찍 출근을 해 1학년 여동생과 함께 서둘러 학교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네로 들어오는 버스도 없어 슬기는 학교까지 5㎞가 넘는 거리를 꼬박 걸어서 통학하고 있다.

1시간을 걸어 학교에 도착하면 숨이 턱까지 차고 학교가 끝난 후 집에 갈 일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슬기에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일이지만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8살짜리 동생을 볼 때면 늘 안타까움이 앞선다.

“얼마 전에 동생 발을 봤더니 퉁퉁 부어있더라”는 슬기는 “학교로 오가는 길에 따로 인도가 없어 옆으로 차들이 지나갈 때면 정말 무섭다”고 큰 눈을 글썽였다.

충남 농산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의 학생들이 통학의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다.

도시지역에 비해 분산돼 있는 거주지의 특성 때문에 취학구역 자체가 지나치게 넓게 형성돼 있고 마땅한 교통수단도 없어 부모의 도움 없이 먼거리를 걸어서 통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어도 학구가 넓은 소규모 초등학교에만이라도 통학버스를 확대 배치해 줘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교육당국은 예산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6학급 이하 소규모 초등학교는 163개교로 학생수는 9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 학생들이 집과 학교의 거리가 적게는 2㎞에서 멀게는 5㎞가 넘게 떨어져 있어 통학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여군 구룡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구가 넓은 데다 하루에 버스가 세 대밖에 안 다니는 동네도 있어 학생들이 많이들 걸어서 학교에 온다”며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학교에 도착하는 학생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태안의 학부모 이 모(42) 씨도 “학교까지 4㎞가 넘어 아침마다 일일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으면 등교시킬 방법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 누가 농촌에 남아 있으려고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학교시설 현대화 등에 앞서 학생들이 편안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통학버스를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도교육청은 예산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표명했다.

현재 도내 운영되고 있는 통학버스는 270여 대에 이르지만 이들 버스는 대부분 통폐합 학교를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통학버스를 배정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의 지원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군·면 등 지자체에서 버스회사와 논의해 버스를 확대 운영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충남지부의 관계자는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작은 학교를 많이 살려야 하는데 도교육청은 통폐합만 고수하며 통학버스 배정을 꺼리고 있다”며 “소규모 학교를 위한 예산을 늘려 지역을 살리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