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제자리인 데 있는 물건이라도 아껴 써야죠. 예전 같으면 새로 샀을 물건이지만 요즘은 알뜰하게 고쳐 사용하고 있어요.”

직장인 최영범(35·중구 태평동) 씨는 지난 주말, 오랫동안 입지 않던 봄 재킷을 백화점 수선코너에 맡겼다.

양쪽 소매와 주머니가 닳았을 뿐 다른 곳은 멀쩡해 새로 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 씨는 “지난해만 해도 백화점이나 옷가게에서 재킷을 새로 구입했으나 요즘에는 새 옷 사는 게 부담스럽다”며 “수선비 몇 천 원만 주고 고쳤더니 옷이 예전에 새로 샀던 옷과 같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불황형 소비패턴이 재현되고 있다.

가정마다 신상품 구매를 줄이는 대신, 낡은 옷이나 신발을 수선해 한 푼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중구에 위치한 한 수선집은 최근 유행이 지난 옷을 수선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손님들이 맡긴 옷은 대부분 봄에 입는 헌 옷이다.

주인 정 모(53) 씨는 “고가 브랜드 옷에서 저렴한 옷까지 수선을 맡긴 손님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다”며 “확실히 불황에는 수선집 등이 호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옷 수선집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구두 수선집도 북적대고 있다. 불경기 탓에 구두를 닦는 사람은 크게 줄었지만, 굽이나 밑창을 갈거나 터진 곳을 꿰매 달라는 주문이 늘어난 것.

대전 동구의 구두수선점 주인 박 모(61) 씨는 “확실히 구두를 닦으려는 사람은 줄어들었다”며 “반면 구두 밑창을 바꾸는 손님들은 3배 정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껴쓰자’ 바람이 불면서 아파트 단지, 주택가에 있는 헌옷, 재활용 수거함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매년 이맘 때 이사철이 되면 헌 가전제품을 내다버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 3일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아파트로 이사한 김 모(41) 씨는 “처음에 이사올 때 새 가전제품으로 살까 고민을 했지만 아내와 상의한 결과, 갖고 있던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중고제품을 사다 리모델링해서 파는 중고제품 매매업자들은 울상이다. 대전 동구에서 중고매매상을 운영하는 최 모(46) 씨는 “예전 같으면 중고제품을 내다 파는 사람들이 하루에 4~5명은 있었는데 지금은 1~2명에 불과하다”며 “또 사러 오는 사람들도 물건만 쳐다보고 갈뿐 실제로 구매하는 이는 드물다”고 밝혔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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