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걸린 전 모(27·구속) 씨가 6년간 제천에서 수십 명의 여성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에이즈 확산막아라..제천경찰 초비상 [영상:연합뉴스]
전 씨의 엽기적인 행각이 알려지자 제천에는 에이즈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건소에는 에이즈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휴일에도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전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성 70여 명의 전화번호를 확보해 신원 파악 및 성접촉 여부 확인에 나서는 등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전 씨와 성접촉한 여성 3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 중 1명은 에이즈 항체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고, 나머지 2명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에이즈 감염 숨긴 채 6년간 성관계

경찰은 전 씨가 2003년 6월 신병훈련소에서 에이즈 판명을 받은 뒤 제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6년여 동안 노래방 도우미와 주부 등 수십 명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졌을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전 씨는 상대 여성에게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콘돔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전 씨가 주로 심야 시간대에 만취한 여성 승객들을 유혹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더욱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전 씨가 현재 자신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 가운데 단 1명의 신원만을 털어놓고 있는데다, 평소 여성속옷을 착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여성 편력이 있는 점 등으로 비춰볼 때 피해자 수는 가늠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전 씨의 휴대폰에서 여성 70여 명의 전화번호를 확보해 탐문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전 씨가 여성들을 유인하는 매개체로 택시를 활용했고, 에이즈 감염에 대한 복수심리로 무차별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 성관계 여성 신원 파악에 총력

경찰은 압수한 전 씨의 휴대전화와 성관계 장면을 찍은 휴대폰 동영상을 중심으로 피해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5일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A(39) 씨 등 3명의 신원을 파악, 전 씨와의 성접촉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에이즈 항체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의 결과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전 씨의 휴대전화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70여 개의 전화번호를 추려 일일이 전화로 신원 및 성접촉 여부를 확인하는 등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순순히 경찰 수사에 협조해 줄 지는 미지수다. 경찰 한 관계자는 “확보한 명단을 토대로 탐문하고 있지만 명단 노출 논란이 있는데다, 연락이 닿은 여성들도 확인을 꺼려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보건소 주말에도 북적

전 씨의 엽기적인 에이즈 전파 사실이 알려지면서 13~15일 제천시보건소에는 에이즈 항체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보건소는 전 씨의 무분별한 성접촉 사실이 드러난 이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 주말과 휴일에도 방문자들의 건강검진 및 에이즈 항체검사를 실시했다.

전 씨의 행각이 알려진 13일 하루 동안에만 50여 명의 성인들이 자발적으로 보건소를 찾아와 검사를 받았다. 휴일인 15일에도 3명이 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는 “이전에는 에이즈 검사를 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2~3명에 불과했지만 주말과 휴일 내내 문의전화와 방문이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

13~14일 검진을 받은 50여 명은 에이즈 항체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불안 빠르게 확산

무려 6년여에 걸친 전 씨의 엽기적인 행각이 전국에 알려지자 제천 시민들은 한 마디로 충격에 휩싸였다. 안부를 묻는 출향인들의 전화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술자리가 많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혹시 나도’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보건소에 가봤어’라는 말이 인사말이 될 정도로 에이즈 공포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의 한 숨도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으며, ‘석면 파동’에 이어 잇따라 터지는 악재에 지역 이미지 훼손을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에이즈 파문 이후 유흥업소의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면서도 “WHO 한방건강도시로 지정됐고, 내년엔 한방엑스포를 치러야 하는 데 지역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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