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휴·폐업된 사업장에서 실직된 외국인근로자들이 강제 출국되거나 불법 체류자로 전락될 위기에 놓여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2개월 내에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불법 체류자로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또 세 차례 이상 사업장을 옮길 경우에도 해당돼 외국인근로자들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실직된 외국인근로자들이 2개월 내에 재취업하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A(28) 씨는 취업한지 5개월 만에 회사의 부도로 실직했으나 2개월간의 구직기간 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처지다. 문제는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귀국비용이 없어 어찌해야 할 지 난감하다.

A 씨는 “나와 비슷한 처지로 불법 체류자가 된 동료들은 단속을 피해 다니다가 다치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으로 오기 위해 빚을 졌는데 한국에서 일도 하지 못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야 돼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B(26) 씨도 지난해 3월 한국에 들어왔지만 불황으로 외국인노동자를 해고하면서 불과 1년 만에 3번이나 직장을 옮겼다. B 씨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곳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업장 이동횟수 제한으로 더 이상 한국에 체류할 수 없게 됐다.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제조업체들이 외국인근로자들을 가장 먼저 해고함에 따라 정상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한국에 들어왔으면서도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5월 대전지역 외국인근로자는 모두 3000여 명 이었으나 현재는 100여 명가량 줄었다.

대전 이주노동자연대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자 외국인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지역 내 영세업체의 휴·폐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인 실업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외국인이 2개월 이내에 다른 직장에 취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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