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문화계가 '보이지 않는 정치적 갈등'에 멍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 같은 갈등 내지는 힘겨루기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정치적 대립이 극에 달하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년째 편 가르기가 횡행하고 있고 이 같은 편 가르기가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과 평가절하식의 비난으로 번지면서 예술인들 간 돌이키기 힘든 갈등의 골이 되고 있다. 또 시 산하기관 인사 및 문화예술관련 지원사업의 결과 등을 놓고도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는 등 문화 판의 패권경쟁이 점입가경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예술성을 추구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할 지역 문화예술계가 이처럼 정치판으로 변질돼 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후배 예술인들이 상대편 사업(공연, 전시)에 참여하는 것을 일종의 배신으로 여기거나 자기편 예술가를 정치적 힘이 있는 인사와 이어주는 등 이른바 '예술가 줄 세우기'가 성행하고 있다.

아울러 정치적인 힘을 앞세워 행정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등 일부 예술가의 발언이 공공연하게 외부로 알려지면서 문화행정에 대한 불신(오해)의 소지도 낳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상당수는 "예술적 순수성을 중시해야 할 지역 문화계가 ‘정치적 놀음’에 멍들고 있는 현 세태가 스스로 부끄럽다"며 "보다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위한 예술가 스스로의 자성노력 및 분위기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역문화계가 정치판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은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종 지원사업 외에는 특별한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지역의 예술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기관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해 '정치'를 해야 단체를 유지해 갈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예술관계자들이 밝히는 문화계의 현실이다. 따라서 순수한 예술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원기관의 정책에 부합한 각종 활동(공연, 전시)에 집착하려는 경향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

대전지역문화계의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예술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문화와 정치가 밀접한 관계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예술이 발전한 시기는 예술가들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됐을 때"라며 "대전이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창의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을 편 가르기 싸움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창의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및 공정한 평가 등 제반여건 조성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항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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