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매장이 생산자나 납품업체에 벌이는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과도한 단가인하 요구)’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 등의 이유로 올 1~2월 매출이 저조했던 대형 유통매장이 이달 들어 일제히 대대적인 가격할인 행사에 나서면서 일부 농산물 등을 일명 ‘미끼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유통매장은 불황 타개책으로 창사기념 등을 활용한 대규모 가격 할인행사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을 산지가격보다 더 싸게 드립니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판촉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각각 ‘가격할인대전’, ‘신선물량 大방출’ 등의 대규모 기획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 유통매장의 ‘최저가격 행사'는 농산물 등을 ‘미끼상품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본보 조사 결과, 홈플러스에서 행사 중인 일부 품목의 경우 농협공판장(오정동)의 도매가보다 최고 2배까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이번 행사를 통해 ‘홈플러스 좋은 상품 사과(100g)’를 200원에 선보이고 있지만 농협공판장에서 판매하는 사과의 도매가는 100g당 400원으로 무려 2배의 가격차를 보였다.

‘홈플러스 좋은 상품 방울토마토(100g)’의 경우도 농협공판장의 도매가는 420원이지만 홈플러스에서는 378원(-10%)에, 이마트에서 기획행사 중인 딸기(1㎏)도 도매가보다 2100원(-26.2%) 싸게 판매하고 있다.

도매가보다 싼 가격 행사는 결국 산지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생산자들은 대형 유통매장의 거래 행태와 상술에 반발하고 있다.

충남 홍성의 한 생산자는 “좋은 상품을 제 값 받고 팔아야 하는데 대형 소매점의 가격경쟁으로 적당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결국 모든 손실이 산지 농민에게 돌아오는 이 같은 대형 유통매장의 가격 후려치기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형 유통매장의 이 같은 가격할인 행사에 대해 “소비자에게 당장은 이익으로 돌아올 것 같지만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입게 된다”고 지적한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형 유통매장의 가격 후려치기는 생산자의 경영손실로 나타나고 상품의 질이 저하되는 한편 생산자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생산기반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소규모 점포나 전통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이 같은 횡포는 제조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통 독과점’을 초래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으로 유통질서를 왜곡시킬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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