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와 관련, 1차 용역사업이 끝나지 않았는 데도 이름만 바꿔 또 다시 용역에 착수하는 등 국민의 귀중한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 용역에는 모두 25억 원이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물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어 ‘예산만 축냈다’는 비난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9월 5억 원을 들여 A업체에 과학벨트 기획연구를 담당하도록 용역을 줬다.

이 업체의 용역기간은 오는 7월까지로 △과학벨트 개념 정립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운영방안 △기초과학연구시설에 대한 타당성 평가 △과학벨트 추진을 위한 법제도 환경정비 △과학벨트 추진 조직설립 및 운영방안 △과학벨트 최적 입지선정 기준 제시 등의 과제를 맡았다.

교과부는 이어 지난 12일에도 용역비 20억 원을 투입, 이달부터 10개월 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과학벨트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에 대한 용역을 맡겼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이 기간 △총괄연구 분야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분야 △연구장비 구축 분야 △비즈니스기능 구축 분야 △입지선정 및 공간조성 분야 등으로 구분해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두 용역이 비슷한 과제를 수행하는 것과 5개월간 용역 기간이 겹치면서 예산이 중복·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A업체 용역기간은 지난해 9월에서 올해 7월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용역 기간은 올 3월에서 12월까지로 5개월여가 겹친다.

특히 1차 용역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여 용역비 사용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과학벨트 용역사업은 보고서 작성만 남아 있고,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라며 “그동안 70여 차례 공식·비공식 회의와 토론회 준비에 용역비를 대부분 사용했다. 차라리 이 기간 다른 사업의 용역을 수행했다면 적자볼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용역에서는 당초 입지선정에 대한 연구과제도 있었지만 입지선정 항목이 빠지게 됐다”며 “그나마 과학벨트 특별법을 만든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5억 원을 들인 용역사업이 회의장 임대비나 기타 부대비용, 내용도 부실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막대한 국민의 세금만 축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처음 용역은 과학벨트 사업의 큰 줄기를 그리는 것이라면 이번 용역은 세부적인 사업에 대한 용역이어서 차이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과학벨트 사업의 가장 중요한 입지선정이나 가속기 등의 콘텐츠가 빠진 과학벨트 특별법을 위해 어떤 용역을 수행했는 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세종시와 과학벨트 간 우려스러운 음모론이 떠돌고 있는 가운데 용역마저 부실해 이 사업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며 “용역만 남발하지 말고 조속히 입지 선정부터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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