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즈 감염자로 드러난 충북 제천의 택시기사 전 모 씨가 13일 제천경찰서에서 얼굴을 가린채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에이즈에 걸린 전모(27·구속)씨가 제천에서 수년간 무차별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의 ‘구멍뚫린’ 환자 관리실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천과 같은 ‘제2의 에이즈 보복 감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를 격리 또는 강제할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15일 보건소 등에 따르면 현행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에이즈 환자 본인이 진료를 원하지 않으면 강제로 치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보건당국은 환자와 2~3개월에 한 번 꼴로 전화 상담이나 면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연락을 끊으면 손을 쓸 수 없는 실정이다.

에이즈 예방법 위반 및 절도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된 전씨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숨긴 채 2003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6년 동안 아무런 제재없이 여성들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이 허술한 법의 맹점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과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제천시보건소는 지난 2003년 신병훈련소로부터 전 씨의 감염사실을 통보받은 뒤 전 씨를 한 차례 면담하고, 지난해 7월까지 몇 차례 전화상담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가 무려 6년간 무차별적인 성접촉을 했는데도, 보건당국은 전 씨의 ‘양심’만을 믿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보건소 관계자는 “현행법상 인권보호를 위해 에이즈 환자의 신원을 밝힐 수 없는데다, 격리 등 강제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엄격한 관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환자가 연락을 끊으면 손 쓸 도리가 없고, 관리직원도 부족해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실은 단지, 제천시뿐 아니라 충북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보건소마다 ‘턱 없이 부족한 인력’을 호소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에이즈 충격에 빠진 제천에서는 환자를 아예 격리하거나 강제하는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피해를 원칙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에이즈 파문 사건을 수사 중인 제천경찰서는 “수사 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에이즈 환자가 보복 심리로 무분별한 성관계를 갖는다고 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환자 개인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북에는 현재 100여 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으며, 제천에도 10여 명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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