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사건에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의 사용과 확보 수법이 다양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이 인터넷 상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대포통장의 경우 노숙자나 무직자에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일반 직장인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포통장과 대포폰
대포통장과 대포폰은 어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창에 대포통장과 대포폰만 입력해도 ‘안전 확실한 대포통장 대포폰’ 등 각종 문구의 웹문서가 수백 개 검색된다.
이 중 한 곳을 골라 판매업자와 통화한 결과 “통장에다 현금카드는 12만 원, 폰뱅킹 가능까지는 15만 원, 인터넷뱅킹까지 가능하면 18만~20만 원 가격을 받고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업자는 “인터넷 뱅킹이 가능하고 보안카드까지 첨부해 16만 원에 해주겠다”며 “이 정도 가격이면 이 바닥에서 가장 싼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충북지역에서는 지난해 11월 외국인 여권사본을 변조해 대포폰을 판매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이 개통하거나 판매한 대포폰은 2000만 원 물품대금 사기 사건에 이용되기도 했다.
◆실명제 허점
대포통장과 대포폰은 전화사기 등에 빠지지 않고 활용된다. 문제는 법적으로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
실명법에 따라 실제 존재하는 사람의 신분증을 받은 뒤 정상적으로 통장을 개설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포폰의 경우도 명의 도용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가 도입됐지만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이름으로 된 휴대폰을 손에 넣기가 어렵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노숙자나 무직자 외에도 택시운전을 하거나 회사원 등 평범한 직장인들도 돈이 급하면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파는 경우도 있다”며 “대포통장을 판매한 사람들은 주로 무료 전단이나 휴대전화 스팸메시지를 통해 ‘무이자 대출’ 등의 광고를 접한 뒤 따로 연락을 취했다가 개당 적게는 7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을 준다는 유혹을 받고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지난 2007년 34건에서 지난해 14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검거 인원도 지난 2007년 72명에서 지난해 316명으로 244명이 증가했다. 올해만 해도 2월 말까지 31건에 58명이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4월 부터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되면 대포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넘기고 받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에서 징역 3년 또는 벌금 2000만 원 이하로 강화된다”며 “통장 등이 일단 범죄에 사용되면 판매자는 대부분 전과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