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A(40) 씨는 요즘 인터넷으로 보유 주식의 기업공시를 열어 볼 때마다 심장이 멎을 것처럼 긴장하기 일쑤다.

A 씨는 “지난해 3월 지인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코스닥시장의 한 종목을 중점적으로 매수했지만 수익은커녕 손실률이 90%를 넘어섰다”며 “워낙 주가가 급락해 손절매의 시기마저 놓친 데다 요즘은 상폐(상장폐지) 얘기마저 들려 괴롭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와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등록된 종목의 상폐 여부가 결정되는 결산시즌을 맞아 더욱 가슴을 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 상장폐지와 관련 한국거래소에서 실질심사에 들어간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돼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질심사를 받는 기업들은 상장심사위원회의 통보 이후 주식거래가 정지되며, 거래소는 15일 이내에 실질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기준 여부를 심의·결정한다.

이번 심사로 관리 종목과 불성실 공시법인 등에 대한 대대적인 퇴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의 마음은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상폐 불안에 떨고 있는 투자자 B(50) 씨는 “주당 8000원에 샀던 주식이 지난해 11월 이후 100원 이하로 떨어져 거의 포기상태로 있었지만 상폐만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시장에서 퇴출 되는 것은 그나마 남아있던 한 올의 희망마저 잃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사정은 녹녹치 않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말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등록된 전체 1797개 종목 가운데 17.4%가 액면가보다도 낮았다.

게다가 거래소 측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더욱 엄격한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를 시행, 퇴출당하는 상장사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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