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은미(40)의 작품을 보았을 때 처음 든 느낌은 '게임 같다'였다.
게임이나 속에 나올 것 같은 캐릭터가 총을 들고 해 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작가보다 모델이 누굴까 더 궁금했었다.
작가를 만나자마자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다.
수줍게 웃으며 자신이라고 대답하는 작가를 보며 사진과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대화를 하면서 점점 작가와 사진 속 이미지가 겹쳐졌다.
유쾌하고 명랑한 작가 박은미가 왜 '총'을 들었을까.
Q.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의상을 만들어서 그 의상을 제가 입고 어떤 장면을 연출해서 사진으로 보여 드리는 사진작업과 다 사용했던 필름을 가지고 조형물을 만드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죠.
Q. 작품에 담고자 하는 것?
우리 사는 생활 속에서 감춰진 메커니즘을 들춰서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여가 속에서 늘 접하는 미디어 속에서 등장하는 총이 실제 가진 의미들은 잔인하고 무섭지만, 미디어 속에서 보여주는 총들은 사실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즐기면서 본다는 거죠.
Q. 총을 소재로 작품을 하게 된 이유?
118분 동안 264명이 죽는다는 통계가 나와요.
그런 잔인한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먹고 콜라를 먹으면서 본다든지. 그런 게 아이러니하면서 재미있어요. 그런 현상들이.
Q. 작품 속 모델은 누구인지?
저에요. 예전에는 다른 모델을 썼었는데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못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리 놓고 타이머 맞춰서 제가 찍는 거죠. 혼자서.
Q. 어떤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쁜지?
'공감이 간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기뻐요). 같이 느끼고 호흡할 때 뜻깊고 의미 있다고 해야 하나?
Q. 예술가가 힘들다 느껴질 때?
혼자 해야 하는 거. 모든 인생 자체가 혼자 가야 하는 건 맞지만, 작업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럴 거에요. 굉장히 지루하면서 외로운 삶이죠.
Q. 만약 예술가가 되지 않았다면?
꽃집을 하지 않았을까. 꽃을 좋아하기보다 꽃을 포장해주고 이런 걸 좋아해요.
그 부수적으로 꾸미고, 뭔가 포장해서 선물하고 이런 걸 재밌어하니까. 그런 쪽에서 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존경하는 작가가 있다면?
'살바도르 달리' 같은 작가는 사실별로 그 사람 작업을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미술관에 갔는데 이거는 거의… 광기라고 해야 하나?
'나 같은 사람은 작업을 접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할 만큼, 눈물이 날만큼 좋더라고요.
Q.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특별히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요. 작업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하는 편이에요.
재미있게. 가능하면 고민보다는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Q. 작업 버릇이나 징크스는?
전시를 한번 하고 나면, 한동안 작업을 못해요. 한 달, 두 달, 세 달 어떨 때는 네, 다섯 달까지 갈 때도 있어요.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제 또 새로운 뭔가 다른 것들을 보여주고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도 작용하는 것 같고 그래서 조금 많이 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
동영상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퍼포먼스를 한번 새롭게 시도해 보든가.
그런 건 과제로 남아 있는데, 쉽게 접근이 안 되더라고요.
Q. 소망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정받지 못한다거나 가는 길이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포기할까봐 살짝 좀 두려울 때도 있거든요. 근데 내가 끝까지 이걸 즐기면서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리=최진실영상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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