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는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씀씀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니 정말 등골이 휩니다.”

경기불황에 물가 급등으로 서민경제 전반이 흔들리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불구, 지역경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소득수준에 따른 사회 양극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돈을 물쓰듯 쓰는 재벌가 꽃미남들을 주인공으로 한 현실도피형 막장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영세서민들에게 심한 열등감과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관련기사 3·5·7·8면

   
▲ 실물 경기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장날을 맞은 9일 유성시장에서 한 상인이 지친 모습을 하고 있다. 장날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북적거리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하소연 했다.

신현종 기자 shj0000@cctoday.co.kr
◆가계파탄 위기·소비심리 최악

9일 대전 서구의 한 대형 유통업체를 찾은 주부 박은정(37·가명) 씨는 “빤한 남편 월급을 생각하면 요즘에는 장보기가 정말 겁난다”며 “1년 전과 비교해도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는 물건 개수가 눈에 띄게 줄어 아이들이 사달라고 졸라대는 먹거리도 무턱대고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구 씨는 “펀드는 반토막이 났는데 집 주인은 아파트 전세값을 올려 달라고 하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 아이에게 드는 교육비도 크게 늘어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극심한 불황에 환율과 원자재가 인상으로 1년 새 양파가 70%, 우유가 35%, 돼지고기가 25%, 라면이 15% 오르는 등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서민들의 ‘고통지수’도 치솟고 있다.

정부는 ‘경제위기설’이 불거지거나 ‘물가대란’이 예고될 때마다 여론 잠재우기에 급급, ‘반드시 뛰는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해왔으나 번번히 이에 실패했고, 결국 이것이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시장 부진으로 이어지며 서민경제가 파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영세자영업 붕괴

불투명한 경기전망 속에 매출은 급감하고, 물가 급등으로 운전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펀드 등 자산가치 급락이란 악재도 이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음식점은 3인분 이상 고기를 먹은 손님들에게 주문량과 동일한 양의 고기를 덤으로 포장해 주는 공짜 마케팅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음식점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이 모 씨는 “음식에 재료를 쓰지 않을 수도 없고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경쟁업체에서 ‘누가 죽든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영업을 하니 따라갈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경영난을 토로했다.

충남 논산에서 식품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재료비가 너무 올라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부딪쳤다”며 “매출은 전년에 비해 30% 이상 줄었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소비 양극화 심화

최악의 경기불황과 널뛰는 물가에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부유층의 소비행태는 점점 고급화되며 사회 양극화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발품을 팔아가며 가격을 비교해 단돈 10~100원이라도 저렴한 먹거리를 찾는데 분주한 ‘아줌마’가 있는가 하면 친환경 유기농 식품매장을 찾아 값비싼 식재료를 구입하고 명품의류에 외제차를 굴리며 자녀들에게 고액과외를 시키는 ‘사모님’도 있다. '불황일수록 소비 양극화는 심화된다'는 말을 반영하듯 부자들에게 불황은 다른 세상 이야기로 치부되며 백화점 명품코너는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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