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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은 한국과 미국 간 FTA 협상이 한창 진행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다.
방송 뉴스와 신문 등 각종 매스컴에는 곧 한미 FTA가 타결되므로 국내 제약회사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으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이는 앞으로 유럽 DMF나 미국 FDA 수준의 시설을 갖춰야만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회사에서는 세계적인 제약회사와 경쟁을 해야 하고,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재 설치돼 있는 공장설비를 전반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운명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생존경쟁의 의약품 전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 확보에 들어갔고, 이 첩보가 충북도 투자유치센터 레이더망에 잡혔다.
도 투자유치팀은 바로 제약회사의 동향과 각종 정보 등을 입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제약회사 가운데 상위그룹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최첨단 신약개발에 성공해 미국과 중국에 특허가 인정된 일양약품이 이전할 부지를 찾고 있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더욱이 각 시·도가 제약회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태에서 도 투자유치팀은 투자유치설명회에서 일양약품 관계자들을 만난 인연이 있어 접촉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양약품 관계자와 첫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도 투자유치팀은 공장 이전계획이 있는지 조심스레 운을 뗏는데 돌아온 것은 공장 이전계획은 전혀 없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다.
도 투자유치팀은 며칠 간 고민한 끝에 포기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의약업계에서 일양약품이 공장 이전을 준비하는 것 같다는 소문이 들렸다.
한줄기 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도 투자유치팀에게 서광이 비친 것이다.
이에 이들은 일양약품의 공장 이전을 유치하기 위해 본사를 쫓아다니며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양약품 공장의 충북 이전을 단 한 차례도 검토한 적이 없었던 회사 측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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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에 한 번씩 일양약품 관계자를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충북 음성이 당시 유력한 후보지인 경기도보다 부지가격이 저렴하고 교통이 발달하는 등 물류단지로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내세워 실무 담당직원을 설득했고 겨우 이전 대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고 이제부터 일양약품 임원진의 이전 검토를 도출해 내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에 위치한 충북도 투자유치센터를 비롯해 주무 부서인 도 투자유치과를 중심으로 관련 부서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내놓은 것은 일양약품이 음성 이전을 확정지으면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평범하고도 진솔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충북의 진심어린 설득에 일양약품은 드디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일양약품 임원진들은 충북 음성의 금왕지방산업단지를 둘러본 후 비공식으로 관련 담당 실무진들의 음성 방문이 줄을 이었고, 결국 이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양약품은 충북에 행정 및 재정적인 지원사항 등을 제안하며 충북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물어왔고, 도와 음성군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이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박수광 음성군수는 직접 일양약품 본사와 서울 도 투자유치팀을 방문해 이전에 애를 쓰는 등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결국 도와 일양약품 실무진 간에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지난 2007년 10월 31일 충북도청에서 음성에 최첨단 GMP 시설의 원료 및 완제 의약품 제조공장 건립을 골자로 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으로 일양약품은 오는 2015년까지 1500억 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 금왕지방산업단지 내 8만 9257㎡의 부지에 고용인력 300명 규모의 일양약품 공장 이전을 확정했다.
특히 충북은 일양약품이란 최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이 충북에서 끝없이 발전할 수 있게 각종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이로써 충북은 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맞았고, 더불어 음성도 제약회사 중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일양약품을 유치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충북에 둥지를 튼 일양약품은 60년 전통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존중의 사명을 갖고 인류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이다.
일양약품 중앙연구소는 세계적인 신약개발을 위해 불철주야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고, 새로운 신약개발에 20여 년 투자해온 일양약품 연구소는 최근 새로운 불루오션의 세계를 펼쳐 나갈 기회를 맞이했다.
차세대 위궤양 치료제, 수퍼 항암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축적된 기술과 고급 연구인력만이 할 수 있는 선진 제약 연구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1946년 7월 1일 공신약업사로 출발한 일양약품은 1971년 인삼자양강장제 원비디 발매를 시작으로 일양약품공업㈜을 설립하고, 원비에프·원비삼 등의 인삼제품을 생산해 동남아시아에 수출했다.
1974년 8월 기업 공개를 통해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고, 1989년 한국생산성 대상을 수상했으며 1995년에는 산업포장 및 1000만 불 수출탑 등을 수상했다.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의 제약회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전 세계 주요 30여 개국에 각종 완제 의약품 및 원료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위궤양 치료제 ‘일라프라졸’의 기술을 수출하고 있으며, 백혈병 치료제 IY5511를 개발 중이다.
설찬교 충북도 투자유치센터장은 “일양약품의 입주로 충북 음성 금왕지방산업단지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충북의 바이오산업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유치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유치가 확정된 순간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약회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기술력을 갖춘 일양약품의 입주로 충북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천영준 기자 cyj5425@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