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입물량 쌓이는데 판매 '0'…전자제품 3개월 지나면 누수
'울며 겨자먹기'로 고물상 행, 가게개업 뚝…골칫덩이 전락
22일 대전 중구 대흥동의 중고매장 앞에 중고제품들이 쌓여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4월 내내 25만원짜리 하나 팔았어요. 오늘이 22일이니까 가게에 나와 하나도 못 팔고 공친 날이 21일이었다는 거예요.”
22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천을 따라 모여 있는 업소용 중고매장 거리에는 길가에 놓인 중고물품들이 즐비했다.
해당 거리에는 매장마다 업소용 냉장고, 싱크대, 가스레인지, 테이블, 의자 등이 중고물품들을 인도에 내놓은 상태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줄줄이 휴·폐업하면서 매입 물량은 많은 반면, 판매는 되지 않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대흥동에서 중고매장을 운영 중인 A(65) 씨는 “2월 초 소상공인들이 폐업하면서 쏟아져 나온 제품들이 아직도 안 팔리고 있다”며 “지금도 매각하겠다는 사람들은 있는데 이미 물건이 쌓여 매입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적게는 하루 1~2건, 많게는 7~8건도 팔았는데 최근에는 거래가 0건인 날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이날도 가게 안에는 두 달 전에 매입한 업소용 싱크대, 테이블, 냉장고 등 중고제품이 가득했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A 씨는 “냉장고, 제빙기 같은 전자제품들은 3개월 이상 가동을 하지 않으면 누수가 돼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고물상에 팔아야 한다”며 “새로운 가게 개업이 없으니 내 자식들 같았던 중고제품들은 이제 골칫덩이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또 다른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B(57) 씨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 달 판매 건수는 업소용 싱크대 1개와 작은 가스레인지로 단 2건으로, 한 달 매출이 고작 3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날도 자전거를 타고 이웃매장들에 들렸다 왔다는 B 씨는 “평소 같았으면 물건을 닦고 진열하느라고 바쁠 오전 시간인데 할 일이 없으니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왔다”며 “봄철인데도 개업하는 식당이 없으니 수요가 전혀 없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수입이 없는 중고매장 업자들은 코로나 경영안정자금 대출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 재유행 가능성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이 또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자조적 목소리도 들리는 상황이다.
B 씨는 “이미 매입한 물건이 계속 팔리지 않으면 아마 고물상에 헐값에 팔아야 하며 그렇게 될시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며 “결국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식당에 이어 중고매장 또한 줄줄이 폐업하게 될 것”라고 토로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