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 지난 2004년 첫 아이를 출산한 후 지난해 지역의 한 콜센터로 재취업한 박 모(36) 씨는 최근 남편과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매일 처리되는 콜 수를 체크, 급여를 책정하는 소속사 특성상 박 씨는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줄여 근무하다보니 여성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아이 키우는 일도 벅차기 때문이다. 박 씨는 "센터 내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200명을 넘지만 아직까지 직장 내 보육시설이 없다보니 매일 아침마다 애기를 맡기고 퇴근 후 다시 찾아가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오는 8일 여성의 권익보호를 위해 제정된 ‘세계 여성의 날’이 101주년을 맞게 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가정과 직장에서는 물론 사회 통념적으로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불이익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100년이 넘은 세계 여성의 날을 무색케 하고 있다.
우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고용시장이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근무환경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관련기사 3면
지난 2007년 대전, 충남·북지역 내 여성근로자 수는 27만 6753명에서 지난해 28만 294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지만, 직장 내 보육시설 등 육아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수준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일 통계청, 대전지방노동청,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북지역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 의무대상 사업장(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은 71곳인 반면 의무이행 사업장은 33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미이행 사업장이 42곳에서 지난해 38곳으로 1년 만에 4곳으로 증가한 것에 그쳤으며, 의무이행 사업장 중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보육비 등 수당으로 대체하는 곳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이들 사업장들에 대한 관리 감독기관인 대전지방노동청 내에도 인원 수(정규직 여성 공무원 23명)가 적다는 이유로 직장 내 보육시설이 없다.
결국 여성 근로자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보육의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 반면 이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여성 근로자의 고용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1월 남성 취업자 수는 1만 9000명 감소에 그친 반면 여성은 8만 4000명이 줄어 여성이 남녀 전체 고용 감소분의 82%를 차지했다.
여성 고용률도 지난 1월 46.4%로 지난 2003년 2월 45.4%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민주노동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으로 임금격차가 남성 정규직의 42%에 불과해 승급·직무 배치 시 성차별 개선, 여성들을 위한 직업훈련 확대, 분리직군제 폐지 등의 구체적인 여성고용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