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국 최대 양돈 밀집지역 홍성
홍주종합경기장 거점소독 시설
하루 100~200대 차량 출입
방역팀 3교대 24시간 구슬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인한 여파가 2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홍성군 종합경기장 거점소독시설에서 축산차량을 대상으로 한 방역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의심축 신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여기가 뚫리면 다 끝나는 겁니다.”
9월 29일 수도권 이남에서 처음으로 신고된 홍성지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축이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방역 현장에서는 그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18호 태풍 ‘미탁’의 북상까지 예상되면서 방역 당국의 시름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충남은 국내 사육 돼지 1100만여마리 중 20%를 차지해 전국 최대 양돈산업 밀집지역으로 손꼽히며 홍성군은 전국에서 사육 두수가 가장 많은 기초단체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10시경 홍성군내에서도 축산차량의 출입이 가장 많은 홍주종합경기장 거점소독시설에서는 방역 인력 뿐만 아니라 차주들의 표정까지 잔뜩 굳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매년 구제역 방역에도 동참해온 고모(57) 씨는 “홍성이 뚫리면 충남 뿐만 아니라 전라도까지 번질 수 있다”며 “의심축 신고로 모두 굉장히 혼란스러워했다. 이곳이 마지막 저지선이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부터 근무한 뒤 교대를 앞둔 팀원 A 씨는 “태풍까지 온다고하니 엎친데 덮친 격”이라면서도 “혼란이 가시지 않았지만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씨를 비롯한 방역팀은 2인1조 3교대 체재로 소독은 24시간 이뤄진다. 이날 오후 12시부터는 공무원 1명이 투입돼 3인1조를 유지하게 된다. 팀원들은 “점심시간에는 라면을 끓여놓고도 차량이 들어오면 뛰어나간다”며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 불편함도 모르고 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소독시설에는 하루 100~200대 가량의 차량이 출입하며 두 차례 일시이동중지가 해제된 시점에는 300대 이상이 드나들었다. 이날 30분 남짓 동안에도 특장차부터 승용차까지 10여대를 소독했으며 소독은 차체 하부를 비롯해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이뤄졌다.
대상은 가축 운반과 약품, 분뇨, 사료 등 축산 관련 차량 일체로 소독필증을 받지 않으면 현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료업체와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충남에서 특장차를 운행하는 김모(58) 씨는 “의심축 신고로 잠까지 설쳤다”며 “방역이 뚫리면 농가만 죽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죽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이 경기도 이천인데 ASF 발병 이후 집에 가지 못해 홍성에 숙소를 잡고 있다”며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개인특장차 운수종사자인 김모(50) 씨는 “할 수 있는 건 방역에 충실하게 동참하는 것 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경기도에서 원인도 모른채 퍼지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같은 사람은 사태가 벌어져도 보상조차 못받고 책임질 곳도 없다”며 “(확산된다면) 경제 손실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첫 발병 이후 2주째 ASF가 국내 축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서는 총 33개소의 거점소독시설과 이동통제초소를 운영 중이며 밀집단지와 역학시설 대상 농장초소 144개소도 추가 설치됐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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