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몰락'
대법 징역 3년개월 선고
충청대망론 소멸…상실감↑

[충청투데이 백승목 기자] 유력 대권 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권력형 성범죄'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으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안 전 지사가 갖는 충청권에서의 상징성과 충청대망론의 기대감이 워낙 높았다는 점에서 상실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19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대권 도전에 나섰던 안 전 지사는 당시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 등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 안 전 지사는 충남지사에서 물러났고 민주당은 그를 출당·제명 조치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2심과 마찬가지로 김지은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심에서 이유로 든 유죄의 근거를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성문제 관련 소송을 다루는 법원은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는 감수성을 잃지 않고 심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근거로 피해자 김 씨의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입기도 한 점에 비춰볼 때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차 피해 등에 노출돼 있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그의 진술이나 행동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의 실형 확정에 대해 여당은 "판결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끼는 한편, 야권은 "권력형 성범죄 근절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종심에서 유죄를 확정 받은 안 전 지사는 도덕적 타격뿐 아니라,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마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민주당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지사의 사건 자체가 이미 시간이 상당히 흐른 만큼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분위기”라며 “다만 충청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안 전 지사인 만큼 상실감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청대망론이 정치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대체제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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