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역 광장은 지금
노숙자 금전 요구… 술냄새 풀풀 빈 술병도 나뒹굴어
광장 곳곳서 술파티·만취해 중얼중얼… 공포감 조성
대전 방문의 해 선포 불구 도시 이미지 훼손 여전해
시민들 걱정 “수년 전부터 문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역도 市도 난감… “인권 침해문제로 강제퇴거 힘들어”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100원만 주세요.” 4일 오후 6시경 휴가철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과 대전을 찾는 외지인들로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는 대전역 광장. 기자와 눈이 마주친 한 노숙자가 술 냄새를 풍기며 다가와 100원만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달궈진 광장 바닥의 열기까지 더해져 체감온도가 36℃를 넘나드는 푹푹 찌는 날씨에도 그들의 주변에는 이미 막걸리 2병이 빈 채로 나뒹굴고 있었다.
대전역 광장과 지하철역 입구는 노숙자들 사이에서 흔히 명당으로 불린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돈과 음식을 쉽게 던져주는 자리라는 이유에서다. 명당자리는 쟁탈전도 심해 한번 자리를 잡은 노숙자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실제 노숙인은 술에 취해 상의를 걷어붙인 채 아예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입구뿐만 아니라 대전역 광장 곳곳은 무리를 지어 술판을 벌이고 있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취재 당시에도 남녀 노숙자들이 역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이들 중 몇은 이미 만취했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지나가는 이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
대전시가 올해부터 3년을 대전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전 관문인 대전역 앞에선 그렇게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는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시민들 역시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대전역 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과학의 도시로 알려진 대전이 역에서 술 마시고 싸우는 노숙자들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걱정”이라며 “이미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되는 상황이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역 관계자도 “역사 내에 노숙자가 들어와 냄새를 풍기거나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행패를 부릴 경우에는 국토부 산하 철도사법경찰대에서 제지를 가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의 존재자체만으로는 퇴거를 강제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역사 내에 있는 거리 노숙인은 29명 정도로 추정된다. 거리 노숙인의 인권 침해 문제로 퇴거 강제집행을 이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그는 이어 “수시로 노숙자들과 거리상담을 진행하고 홈리스 센터 등 시설보호 입소나 수급자를 책정해준다”면서 “하지만 술에 취한 노숙인들은 시설 보호에서도 받아 주지 않아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입소하더라도 단체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길거리를 선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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