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르게 치솟는 환율에 일본 부품 및 국제 원자재 등에 의존하는 지역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3일 미국 달러는 장중 한때 1601원, 엔화는 1645원, 유로화 2019원으로 치솟았다. 특히, 환율상승은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 내 전자·전기 부품업체에게 표면적으로는 호기로 작용하지만 해외시장 수요가 크게 줄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일부 기업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발목이 잡혀 경영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 부품 업체인 심텍은 지난해 35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환율 급변동으로 키코에 145억 원의 손실을 입어 사실상 1년간 헛장사를 한 셈이 됐다. 심텍은 지난해 4분기 113억 원의 손실을 봤으며 432억 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5일 공시했다.

심텍 관계자는 “매출의 95%를 미 달러로 받고 있어 통화가치 변동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통화옵션 거래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봤다”며 “키코 평가 손실로 인한 자본잠식은 2년간의 상장폐지 유예조건으로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경영위기설에 대해서는 “납품업체의 주문과 생산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주산단 입주 수출업체들 역시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해외시장의 주문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해외 자본재를 수입해 가공무역을 하는 지역업체가 많다보니 환율 인상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산단 내에서 원자재 수입이 적고, 수출에 의존하는 전자부품 생산업체들 역시 환율인상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경영이 호전된 곳은 단 1곳 정도로 53개 수출업체는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청주산단은 평가했다.

이에 따라 산단 내 개점휴업 상태인 수출관련 생산 및 임대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수출업체로 잡혀 있지 않아 수치 상으로 집계되지 않은 부품생산 임대업체의 폐업까지 합하면 환율 급등의 영향은 막대한 것으로 분석된다.청주산단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이 적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전자회사 등은 해외시장의 수요가 없어 환율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안정이 됐는가 했더니 환율이 급등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충북지부 관계자는 “지역업체들과 상담을 해보면 시장의 수요가 크게 줄어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지역의 주력 수출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해외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격 회복이 됐다 하지만 예년에 비하면 아직도 크게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최영덕 기자 ydcho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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