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한 냉방용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 제한적 특별배려 검토’를 지시하면서 한시적 누진제 완화 등의 조치가 뒤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요구와 함께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을 때만이라도 누진제를 제한하자는 의견 등이 쏟아지고 있다. 2016년 폭염 당시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전기료 누진제를 조금 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 총리의 지시에 따라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누진제 골격을 건드리지 않는 제한적인 요금 부담 경감이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폭염이 오래가면 에어컨을 오래 켜고 살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전기요금 걱정도 커진다"며 "산자부가 전기요금에 대해 제한적으로 특별배려를 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이날 발언은 최근 누진제 폐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자부도 누진제 문제를 다시 들여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도입돼 2015년 여름 일시적으로 3구간 요금이 적용된 이후 2016년까지 '6단계 누진구간, 최대 11.7배 누진율' 체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16년에 3단계 누진구간, 최대 3배 누진율로 개편됐다.
산자부는 2016년 2200만가구에 3개월간 4200억원을 지원해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부담액의 19.4%를 경감한 적이 있다. 이후 지난해 전국 평균 가구당 전기요금이 일시 인하되는 효과를 거뒀지만 올해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누진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3단계 누진세는 1㎾당 200kWh까지는 93.3원, 201~400㎾는 187.9원, 400㎾부터는 280.6원이 적용된다. 여기에 기본요금은 200㎾ 이하 사용시 910원, 201~400㎾ 사용시 1600원, 400㎾ 초과 사용시 7300원이 추가된다. 산자부는 2년 전 누진제를 개편했기 때문에 섣불리 제도를 바꾸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이 총리의 지시로 내부검토를 시작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장 누진제 폐지가 이뤄질 수 없다면 여름철 한시적인 전기세 인하와 겨울철에도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