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에 입학한 대전 동구 A(16) 양은 수업료 등이 포함된 50만 원에 가까운 입학금 청구서를 부모님께 전달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중학교 땐 10만 원도 안 되는 학교운영비만 내면 됐지만 고교에 들어오니 청구서의 금액이 현재 가정형편으론 감당 안 될 정도로 급증했다.

다니던 작은 직장마저 그만두고 집에서 소일거리로 전전하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A 양은 “혹시나 입학금을 못 내면 학교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냐”며 한숨지었다.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교 입학비용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경제한파가 덮치며 가정경제가 급격히 기울고 있는 데다 자녀가 고교에 입학하며 갑작스럽게 늘어난 교육비는 현실을 암담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시·도교육청 차원의 지원은 현황파악이 이뤄지는 3월 말 이후에야 가능해 수업료 등을 선납해야 하는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전·충남지역 일선 고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교 신입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위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비, 교복비, 교재비, 급식비 등을 합쳐 100만 원에 가깝다. 거기에 문제집 값이나 교통비, 학원비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면 그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중 분기별 수업료가 35만 100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입학금, 학교운영비 등이 수업료와 함께 청구돼 고교 입학생들이 3월 중 선납해야 하는 비용은 50여만 원에 달한다.

수업료와 학교운영비의 경우 분기별로 징수되기 때문에 1년치 비용을 환산하면 국립대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가 된다.

중산층 가정에도 만만찮은 비용이라 당장 하루살이도 버거운 저소득층 학부모에겐 목돈을 마련하는 일이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일처럼 힘들게 느껴진다.

올해 고교 신입생 중 지난해 중학교 학교운영비가 지원됐던 저소득층 자녀는 대전이 2422명이고 충남은 3000여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전 대덕구의 권 모 교사는 “고교에 입학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당장 큰 돈을 마련하기 힘들어 좌절하는 경우를 부쩍 자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교 자녀에게 드는 비싼 교육비로 고통받는 상황은 2, 3학년 학부모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둔 대전 동구의 한 학부모는 “통장에서 수업료가 한꺼번에 50만 원 정도 빠져나가는 3, 5, 9, 11월이면 생활 자체가 힘든 지경”이라며 “학교에 징수액을 월별로 나눠 걷는 등의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학교에선 그럴 수 없다며 핑계만 대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상황에 좀 더 적극적인 교육당국의 지원책이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 오완근 사무처장은 “돈없어 고교를 포기하는 상황이 없도록 의무교육을 확대해 고교에도 수업료를 지원해 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구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재원 마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고교 입학비용>

구분
비용
 수업료(1분기)
35만 100원
 교복 값
28~30만원
 학교운영지원비(1분기)
7만 2300원
 보충수업비(3월)
3만~6만원
 교과서
2만 5000~4만원
 급식비(3월)
9만~10만원
 입학금
1만 6000원
 문제집등 기타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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