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견 소유자의 안전의무를 강화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실행됐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7일 대전 대덕구 계족산 정상 임도에서 목줄이 없는 애완견이 견주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반려견 소유자의 안전의무를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실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오전 11시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가보니 시츄나 말티즈와 같은 소형견의 경우 목줄이 매어지지 않은 상태로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모든 반려견은 야외에서 목줄을 차야 한다. 목줄 및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물게될 과태료가 1차 20만원, 2차 30만원, 3차 50만원으로 상향됐다.
이날 공원을 찾은 대부분 견주들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실제로 자신의 반려견에 이행하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려견이 받게 될 스트레스 등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더 크다는 게 견주들의 얘기다.
말티즈를 키우는 30대 견주 김모 씨는 "전반적으로 동물의 권리가 강화된 것 같아 대찬성"라면서도 "우리 강아지는 작고 순해서 사람들에 별다른 위협을 주지 않는다. 위험성이 없는 반려견까지 목줄을 차야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페키니즈를 키우는 40대 견주 서모 씨도 "큰개·사나운 개는 목줄을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노견·소형견까지 목줄을 해야 하나 싶다"며 "강아지 입장에서는 목줄을 착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등산객 이용이 많은 계족산에서도 목줄 없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주위시선에 아랑곳 않고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도록 목줄을 풀어 놓았다.
상황은 인근 갈마공원도에서도 비슷했다. 목줄을 차지 않은 채 자유롭게 공원에 풀어놓아진 반려견들을 잇따라 목격할 수 있었다.
일부 견주들은 목줄을 채우지 않은 대신에 맞은편이나 주변에 사람이 보이면 이를 피해 반려견을 가장자리로 끌고 가는 모습이었다.
정모(29·여) 씨는 "산책하러 공원에 왔다가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사람이 드문 새벽시간에 공원을 방문해 목줄을 풀어놓고 놀아준다. 반려견들이 목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뛰어놀 수 있는 활동공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려견주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한 편이다.
이날 아이와 함께 공원을 찾은 김모 씨는 "아무리 작은 개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언제 어느 상황에서 공격성을 띌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가까이 다가오면 성인인 나도 움찔움찔하게 된다. 반려견주들이 권한을 가지려면 그만한 의무도 지켰으면 한다"고 쓴소리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