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에 ‘충남 엑소’ 불려, 평소 인권·페미니즘 강조, 젊은 지도자에 배신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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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2030세대 청년 유권자사이에서 ‘정치혐오’로 번지고 있다.
안 전 지사가 평소 진보적인 젊은 지도자 이미지로 대학생은 물론 청년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았던 만큼 사회적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안 전 지사는 이른바 ‘충남의 엑소’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젊은층의 인기가 상당히 높았던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실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토크행사 등도 빈번하게 열었고 지난달까지 한 단체에선 ‘안희정 대학생 서포터즈’도 모집한 바 있다.
안 전 지사가 그간 인권운동과 페미니즘 등을 기조로 ‘새 시대 새 정치’를 강조했던 터라 이번 사태는 충격에서 배신감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5월 안 전 지사가 대선주자였을 당시 선거 캠프원으로 참여했던 청년들의 경우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당시 캠프원으로 참여했던 20대 한 여성은 “지금 이 상황이 정리가 안 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가 받았을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고 지지를 보내는 일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청년들 사이 정치혐오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대전지역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양모(여·25) 씨는 “여성인권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정치인이라 분노를 너머 패배감까지 든다”며 “사태를 접한 순간 모든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한 청원자는 “충남 아산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대한민국이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일념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안희정 사태로 공직사회의 불명예스러운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수험생활의 목표가 흔들린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기득권층의 권력 남용에서 비롯된 만큼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선필 목원대 정치학 교수는 “성폭행 사건은 그동안 비일비재 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유독 정치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강하게 날리는 이유는 그동안 보이지 않게 숨겨졌던 기득권층의 권력 남용에 대한 불만 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회의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2030세대의 정치개입, 정치참여가 중요하다”며 “더 나아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사회적으로, 지역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더 집중하고 변화해야할 측면이 어떤 것인지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