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지방직공무원 추가채용 소식 듣고 중국어스터디·아르바이트도 그만뒀죠. 이번에 안돼면 내년에도 시도할 생각이에요.”
지방직공무원 공채 시험이 끝난 16일 오전 11시45분 대전지역 소재 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 이모(25) 씨는 고개를 떨구며 고사장을 나왔다.
지난 7월 국회가 공무원 증원 계획이 담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2017 지방직공무원 추가채용 시험’이 16일 실시된 가운데 대전지역은 이번 시험에서 80명을 추가 선발한다.
12년 만에 최대규모의 공무원 증원이 확정되면서 지역 대학가에서도 공무원 시험(이하 공시) 열풍에 휩싸였다. 지역 대학가에서는 공무원이 되려면 ‘지금이 기회’라는 말들이 나돌 정도로 공시 열풍은 가히 광풍에 가까울 정도다.
충남대 재학생 이모(25) 씨는 “공무원 추가채용 소식을 전해듣고 약 1년간 준비했었던 시험준비를 다시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하던 모든 활동을 접었다”며 “아무리 증원됐다하더라도 아무런 준비 없이 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에서도 다시 공시에 뛰어드는 학우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지역보다 충남지역이 합격커트라인이 낮은것으로 알고있다”며 “몇몇 학우는 일부러 충남 지방직 공무원으로 응시한다고 했다”고 지역 대학가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의 공무원 증원 방침이 결국 지역 대학가를 공시 준비생으로 넘쳐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가질 기회를 넓히겠다는 정부의 공무원 증원 목적이 오히려 대학생·취준생의 취업 의지를 공시에만 집중시켜 학부생활을 포기하고 공시에만 올인하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을 희망하는 직업으로 공무원을 꼽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장기 불황으로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했다. 4년제 대학생은 취업 희망 기업으로 공무원과 교사(23.6%)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공공기관·공기업(20.0%), 대기업(19.8%) 등의 순이었다.
정부는 내년에 2만4475명(국가+지방직)의 공무원을 더 뽑는다. 이 소식은 지역 대학가를 공시 광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일자리를 가질 기회가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민간 일자리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상황속에서 자칫 공시생만을 양산하고 결국 경쟁률만 더욱 올라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될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대학 진로·취업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교내 진로지원 조직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학교로 졸업생 구인신청을 내는 지역기업도 줄어드는 추세로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는 이상 공무원 시험에 내몰리는 청년은 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