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얽힐라'… 손 발 묶인 학교급식
[스타트 충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전교육청 학교급식 특정브랜드 지정 금지 옳은가?
대전봉산초 부실급식 후 영양교사 ‘잠재적 범죄자’ 취급
사진/ 연합뉴스
"잊을만 하면 터지는 급식비리에 영양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한정된 예산에서 학생들에게 영양가 높은 급식을 제공하고 싶은데 회의감만 가득하네요.”
대전지역에서 1일 3식을 급식으로 제공하는 한 고등학교 영양교사는 푸념을 털어놨다.
지난해 대전봉산초의 부실한 급식이 전국적인 논란을 빚은 이후 대전지역 교육현장은 급식행정을 놓고 살얼음을 걷는 듯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양질의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려는 영양교사들은 ‘식재료 납품업체와 유착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는데 급급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대표적으로 '학교급식 식재료 입찰에 붙이는 현품설명서를 어떻게 쓰느냐'를 놓고 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품설명서는 구입하려는 식재료에 대해 세부적으로 써 놓는 자료로 식재료의 브랜드나 규격, 단위, 총량 등의 식품설명이 들어간다. 과거엔 특정 브랜드 1개로 한정하지 않으면 영양교사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 제품 사용으로 빚어진 급식 비리로 현품설명서는 다소 애매하게 작성해야 하는 등 규제가 늘어났다. 이제는 감사 등에서 브랜드 지정 자체가 ‘유착 의혹’으로 논란이 돼 1개 이상 제품을 현품설명서에 쓰더라도 브랜드를 표기하지 않도록 했다. 대신 식재료의 원산지나 성분함량 등의 규격을 적어 입찰을 진행토록 했는데 이 역시도 '돈육 87% 이상' 식으로 구체적으로 쓰면 안된다. '돈육 80% 이상' 등으로 주요성분 표기 시 범위를 넓혀 적으라는 게 대전시교육청 지침의 주요 내용이다. 사실상 특정 브랜드를 납품받으려 한다는 것으로 의심사지 않게 써야 한다는 의미다.
제약이 많아진 탓에 학교현장은 많이 움츠려든 분위기다.
대전지역 한 중학교 영양사는 "영양사들끼리 차라리 급식이 없어져야 좋겠다는 자조섞인 농담도 한다”며 “워낙 예민하다보니 꼬투리잡히지 않으려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주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교육청 등에서 지시하는 대로 조용히 운영해 손발이 묶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 영양교사는 “식재료 주문 시 규격을 넓게 잡아서 쓰면 부실한 제품이 납품돼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2~3년 전에 문을 닫은 한 업체는 식재료로 사용해선 안되는 제품을 납품했지만 ‘주문한대로 배달했다’고 주장해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현장의 혼란을 해결할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전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어려운 문제라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무조건 하지말라'보다는 '특정브랜드 등에 의존하지 말 것'을 중심으로 또 예산 범위 내에서 최상의 품질을 쓸 수 있도록 안내 중이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형규·홍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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