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년 되풀이되는 AI악몽 참혹”






▲ 천안 닭·오리농장 3곳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지난 15일 천안 삼거리에 설치된 거점 소독시설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차량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에도 2~3번씩 소독을 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반복적으로 AI가 찾아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닭 키우는 일을 그만둘까도 생각해보지만 농장을 준비하며 빌린 정책자금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으니 그러지도 못합니다. 도대체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17일 천안시 동남구 동면. 이 농촌 마을의 아침을 깨운 건 포클레인의 굉음 소리였다. 농장 주인은 11만 8000마리의 산란계 닭이 살처분되는 광경을 바라보지 못하고 연신 한숨만 내뿜는다. 

AI 발생농가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동이 제한되다보니 가족과도 생이별이다. 생필품은 방역초소까지 친인척들이 배달해 준다. AI가 발생하더라도 보상을 받으니 방역을 게을리 한 거 아니냐는 왜곡된 시선도 견디기 힘들다. 농장을 그만둘까도 생각하지만 수억 원에 이르는 은행대출이 발목을 잡는다. 무엇보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게 답답한 노릇이다. 매년 반복되는 AI에 가금류 사육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살처분과 매몰을 하는 방역당국도 고통스러운건 마찬가지다. 

천안시청 김종형 팀장. 아침 7시에 나와 밤 12시가 돼야 퇴근을 한지가 벌써 2주를 넘어서고 있다. 주말을 반납한지도 오래다. AI가 발생하기 전에는 예방 때문에, 발생하고 나면 뒤처리를 해야 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벌써 몇 년째 반복되는 AI에 겨울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AI. 특히 올해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다보니 김 팀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의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건 지난 15일이다. 천안에서만 17일 현재 17건이 발생하다보니 인력과 장비가 모두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이 농장의 매몰작업은 발생 이틀 후인 17일이 돼서야 진행됐다. 

"인력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동시다발적으로 AI가 발생하다보니 지도감독도 어렵고요. AI발생 현장은 아수라장이에요. 멘붕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거 같네요." 천안=유창림 기자 yoo77200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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