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만 책 한권 분량 취준생들 '그곳이 알고 싶다'
“여지껏 써낸 이력서를 추리면 책 한 권은 될거예요. 이번 기회에 합격증을 움켜쥘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6일 오후 대전 서구 배재대 21세기관 콘서트홀과 로비엔 정장을 입고 이력서를 손에 쥔 대전지역 청년들이 가득했다. 이날은 고용노동부와 대전시, 배재대 대학창조일자리본부가 공동주관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과 나섬취업콘서트가 한데 어우러졌다. 면접은 대전지역 청년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다.
다소 긴장된 표정의 청년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각 면접 부스에 지원서를 내고 예상 답변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대부분 마케팅·영업관리 등에 특화된 기업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한 청년은 “얼마전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라는 뉴스를 봤다”며 “현장 면접에서 당장 합격할 순 없더라도 취업 방식이나 컨설팅을 받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4%로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취업준비생들은 기업과 만날 기회가 적다보니 면접장에 발을 들이는 일이 줄었고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설명회가 한창이던 콘서트홀에선 롯데그룹 계열의 코리아세븐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KO), 현대차, SK 등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어졌다.
고용디딤돌은 대기업이 취업준비생을 선발해 훈련시킨 뒤 그룹사·협력업체·벤처기업에 취업을 알선하는 것이다. 대략 2000여명을 선발한다. 교육과 채용이 이어져 일자리 미스매치 감소와 취업준비생의 돌파구로 꼽히고 있다.
처음 설명에 나선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최근 채용 트렌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어서 오후 6시가 되면 사무실에 음악이 나오고 PC가 자동으로 꺼진다”며 “신규 채용의 40% 이상이 여성이고 출산휴가도 남·녀 구분없이 사용할 정도로 사내 복지서비스가 잘 정돈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설명에선 광고관련 직무교육과 취업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았다. 광고 콘텐츠로 유명한 TBWA나 농심기획, 현대계열의 이노션 등 대기업 광고계열사 임원이 강사진으로 참여한다고 해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콘서트홀 밖 로비에선 20여개의 부스에서 대·중소기업의 현장 면접과 컨설팅이 진행됐다. 소주 O2린과 맥키스오페라단으로 유명한 맥키스컴퍼니엔 ‘왜 소주파는 기업이 오페라단을 꾸리고 문화사업을 하느냐’는 문의가 유독 많았다. 논산에 공장을 둔 가구업체 ㈜인아트엔 마케팅과 회계 인재들이 몰려 면접이 진행됐다.
이영복 배재대 대학창조일자리본부 팀장은 “저학년부터 한 직무를 목표에 두고 취업에 도전한다면 고용디딤돌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창조일자리본부는 대전지역 청년 누구나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하고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7일엔 해외 청년 취업을 소개하는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의 ‘K-Move’가 열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등의 특강이 진행된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