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인 이 모(27) 씨는 지난달 25일 청주 모 대학 앞의 ‘헌혈의 집’을 찾았다.

충북지역 4년제 대학 출신으로 졸업반이던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0여 군데 기업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면접에도 한 번 가보지 못한 채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 씨는 과 조교로부터 “헌혈을 한 뒤 헌혈증서를 내면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이 씨는 “서류전형이라도 통과해 볼까 싶어서 헌혈을 하기 시작했다”며 “실제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공고 등을 보니 현혈자를 우대하는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에서 헌혈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곳이 생기면서 헌혈의 집에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그 덕에 지난해 12월 기준 충북지역의 혈액보유량은 지난 3년간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혈액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혈액보유량은 3.9일 분으로 지난 2006년 1.1일 분과 2007년 2.6일 분과 비교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혈액 수급의 안정세는 헌혈자 수 급증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충북지역의 누적 현혈자 수는 8만 4951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7년 7만 2803명과 비교해 1만 2148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학생 헌혈자 수가 지난 2007년 2만 2311명에서 4408명 늘어난 지난해 2만 6719명에 달했다는 점이다.

고교생과 군인과 회사원, 공무원 등의 헌혈자 수도 늘었지만 증가 수치와 증가 폭에서 대학생이 압도적이어서 전체 증가분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대학생 등 청년헌혈자가 증가한 것은 최근 취업전형에서 헌혈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인한 극심한 취업난이 매년 되풀이되는 혈액 수급난 해소에 보탬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동부화재와 CJ, 한국관광공사, 한국조폐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헌혈증서를 사회봉사활동에 포함시켜 1장 당 봉사활동 2시간을 인정해주거나 서류전형에서 최고 5%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청주대 헌혈의 집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대학생들의 헌혈 기여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다”며 “실제 대학생들은 헌혈의 집으로 전화해 헌혈증서가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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