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리폼 숍을 운영하고 있는 곽신옥(53·왼쪽) 씨와 3년째 흥덕구 사창동 충북대 주변에서 리폼 숍을 운영하고 있는 성상준(60) 씨. 주영민 기자 |
직장인 이모(27·여) 씨는 유행이 지나 옷장 속에 오랬동안 넣어 두었던 청바지를 다시 꺼냈다. 바지의 품을 줄인 뒤 표백제를 이용해 이곳저곳 바지를 염색했다. 바지를 다시 입어보니 각선미가 드러나면서 한 층 멋스러웠다. 이 씨는 옷을 고치는 데 1만원도 안 들어 새 옷 살 돈도 아끼고 멋도 부릴 수 있어 만족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가벼워진 지갑 탓에 의류 소비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옷이나 신발을 리폼해 입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에 의류 구입비용을 아껴 헌 옷도 새 옷처럼 입기 위해서다.
27일 현재 청주지역에서 110여개의 리폼·수선업체가 영업을 하고있다. 과거에는 육거리시장, 성안길 등 구도심 상권에 집중 분포했지만 최근 5년 새 청주시내 곳곳으로 퍼졌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의류 비용을 아끼고 옷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수요가 늘면서 리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과거에는 바지의 길이나 품을 줄이는 단순 수선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헌 옷을 개조하는 리폼의 수요가 대폭 늘었다. 청주 성안길의 한 리폼 숍의 경우 리폼 매출이 지난해부터 30% 가량 늘었다. 바쁠 땐 하루에 70~80여벌의 주문이 들어온다.
리폼수요는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가량 많다. 지역·세대별로는 대학가, 공단 주변에는 20~30대의 수요가 많고 주택가에는 40~50대 수요가 많다. 세대마다 주문사항도 각각 다르다.
20~30대는 청바지나 재킷의류의 리폼이 많고, 40~50대의 경우 모피, 무스탕 등 명품을 리폼한다. 대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충북대 주변에서 리폼 숍을 운영하는 성상준(60) 씨는 “10~30대 여성이 많이 가게를 찾는데 청바지 리폼이 제일 많다”며 “요즘에는 스키니 진 스타일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밀집지역 중 하나인 율량동에서 리폼 숍을 운영하는 곽신옥(53) 씨는 “40대 여성의 수요가 많은데 주로 모피, 무스탕, 가죽, 정장 등 고가의류의 리폼이 많다”면서 “TV아나운서들이 입는 스타일로 바꿔 달라는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리폼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단순한 수선은 5000원 이내, 일반의류 리폼은 최대 10만원 미만이지만 명품 모피, 가족의류 등 고가품 리폼은 최대 70만~80만원을 호가한다. 곽 씨는 “리폼의 가격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리폼에 들어가는 시간과 예술성, 기술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알뜰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새 옷을 장만할 수 있는 리폼의 인기도 그러한 소비성향의 한 형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영민 기자 ymjoo@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