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임기 말 특별사면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신·구 정권 간의 갈등을 예고했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법무부 사면심사위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특별사면안을 검토해 왔으며, 최근 심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특사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특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특사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특사 단행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특사는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하는 것으로, 실제로 특사를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를 구성한 것도 우리 정부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26일 인수위에서 정부의 특사 추진 관련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선 데 대해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임기 말 특별사면 관행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며 “과거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사는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사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당선인은 사면이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말을 아껴왔다. 박 당선인 측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 9일 “청와대가 박 당선인과 특사 문제로 의견을 나눈 바 없다. 명시적으로 의견을 서로 교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은 게 전부다. 하지만 사면대상에 비리·부정부패에 연루된 대통령 측근·친인척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