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주유소들이 결국 경쟁을 이겨내지 못해 수시로 주인이 바뀌고 문닫는 업소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주유소를 운영하면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자로 불리는 등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일도 이제는 모두 옛얘기가 돼버렸다.
24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대전지역에 등록된 주유소는 모두 291곳(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지난 1년간 2개 업소가 폐업했고 2개 업소가 휴업 중이다.
단순히 폐업이나 휴업 수치로만 보면 지역 주유소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명의변경(사업자변경) 사례를 보면 감춰진 속사정이 드러난다.
실제 최근 3년간 명의가 변경된 지역 주유소는 지난해 59곳, 2011년 60곳, 2010년 68곳 등으로 매년 전체 주유소의 20~30%가 경영난 등을 이기지 못해 주인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주유소의 잦은 명의변경은 1995년 정부의 주유소 거리제한 정책 폐지 이후 시작됐다.
주유소 거리제한은 반경 5㎞ 이내에 다른 주유소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경쟁을 통해 기름값을 낮추고, 분단국가 특성상 전시에 원활한 유류 보급 등을 위해 주유소 거리제한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등록제도 허가제로 변경돼 각 지자체는 일정 조건만 갖추면 무조건 영업 허가를 내줬다.
그 결과 반경 1㎞ 이내에 주유소 3~4개가 몰려있거나 심지어 같은 정유사의 상표를 단 주유소가 연이어 영업을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주유 업계는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고 현재 ‘제살 깎아먹기’ 영업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난 적잖은 업주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유소를 넘기거나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주유소 폐업 절차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시설물과 기름 오염 등을 예방하기 위한 저장탱크 처리비용만 약 1억원에 달한다.
경영난에 허덕여 문을 닫는 주유소로서는 1억원의 폐업 처리비용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임시방편으로 휴업을 통해 폐업을 미룬다 해도 토지 임대료가 쌓여가 역시 장기적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대전시지회 관계자는 “지역에 주유소가 2009년까지 무분별하게 생겨나 경쟁이 심해지면서 2010년부터 다시 줄어드는 추세”라며 “명의변경도 어려운 주유소는 폐업을 해야 하는데 원상복구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업주는 이중고를 겪는데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도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