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지역 정치권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지난 해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치권이 새롭게 재편됐지만 이후 지리하게 이어지는 법정다툼과 이에따른 역할부재로 인해 지역 정치권이 혼돈속에서 헤매고 있다.
지난 해 총선에서 청주 상당, 충주, 제천·단양, 보은·옥천·영동, 진천·음성·괴산·증평 등 5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은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청주 상당 정우택 의원, 충주 윤진식 의원, 보은·옥천·영동 박덕흠 의원이 선거 등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도당위원장인 윤진식 의원의 부재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충북 지역의 대부역할을 해왔던 정우택 의원마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진식 위원장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추징금 4000만원이 구형됐다. 도당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우택 의원 역시 선거때 불거졌던 문제로 지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 의원은 당선 이후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공판 등의 영향으로 지역에서의 활동이 그만큼 줄었다. 새누리당이 충북지역에서 구심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새누리당으로선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선에서 소수당이 되고 대선에서도 패배한 민주당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하다. 총선에서 민주당은 청주흥덕갑, 흥덕을, 청원 등 3석으로 줄었다.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에는 그나마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더 줄었다.
흥덕을의 노영민 의원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는 등 주목받았지만 대통령선거 이후 노 의원의 모습을 찾아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지역 정치권을 힘겹게 지키는 역할은 민주당 소속 이시종 도지사-한범덕 청주시장-이종윤 청원군수가 맡고 있다.
대선 이후 여·야 도당들의 역할부재도 문제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현재 당직자들이 모두 정기휴가중이다. 대통령선거 이후 지역의 현안 등 인수위와의 조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지만 당직자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인수위원들의 활동이 한창이고 그만큼 충북 현안과 관련해 보고 자료나 요구 등이 많을 때이지만 충북도당은 ‘개점휴업’중이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아직도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지 벌써 1개월여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동면’중이다.
충북도는 지난 대선 기간 후보들에게 7개의 현안을 건의한 바 있다. 충청내륙 교통인프라 확충과 청주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지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추진, 청주·청원 통합 적극 지원, 중부내륙선 철도의 복선·고속화 추진, 동서 5축(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추진, 남부권 명품 바이오 산림휴양밸리 조성 등이다.
이들 사업은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도 반영될까 말까 할 정도여서 지역정치권의 강력한 목소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정치권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지역주민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