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정부의 공동자금 출자 보조금인 이른바 매칭펀드 사업 때문에 지방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충남도 올해 예산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이 중 매칭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신규 사업 추진 등 지역 현안 사업이 발목을 잡힐 위기에 놓였다. 2월 출범하는 차기 ‘박근혜 정부’에서도 잇따라 복지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재정악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3일 충남도에 따르면 올해 정부 예산 3조 9702억원 규모를 확보했다. 도는 올해 예산이 지난해 대비 2277억원이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매칭펀드 사업도 덩달아 늘어나 부담이다. 실제 전체 예산 가운데 국고보조금은 2조 687억원에 달한다. 중앙정부의 국고보조금을 받으려면 충남도는 3500억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3200억원가량 부담한 것과 비교하면 200~300억원이 늘어났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복지분야에서만 20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해서 정부의 매칭펀드 사업으로 충남도의 예산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비 지원 비율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노인들의 소득을 고려해 월 2만~15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을 정부 예산과 매칭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산술적으로 올해 기초노령연금 전체 예산 2400억원 중 920억원가량을 도가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기초노령연금 비율을 확대하고 금액도 상향할 조짐이어서 도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도의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28.6%로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면 매칭펀드에 의한 예산은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따른 신규 사업 추진도 자칫하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해 다목적 소방헬기 구매(50억원), 내포신도시 제2진입도로(30억원),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건립사업(10억원), 동물약품 R&BD 허브 조성사업(15억원) 등이 올해 신규사업의 대표적 예이다.

이처럼 늘어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상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정부사업을 아예 지방정부에서 추진하지 않겠다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3~5세 유아교육을 지원하는 누리과정 사업에 대해 전액 국고지원을 촉구하며 사업비 일부도 삭감했다. 도의회의 이 같은 결정은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추진은 지방재정을 고갈상태로 내모는 것이라며 정부예산의 추가 지원을 이끌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장기승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은 “현재의 지방정부 재정여건으로는 국고보조사업 추진에 따른 지방비 부담이 매우 버겁다. 갈수록 복지분야 분담액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지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비 지원비율 확대 등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복지 예산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매칭펀드로 재정이 고갈 날 정도는 아니”라며 “무조건 정부 예산을 늘리는 것은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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