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이주여성 10만 명 시대를 맞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인종 차별, 가난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가 지난해 실시한 다문화가족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전지역 이주여성 2300명 중 81.2%가 2001년 이후에 입국했다.

지난 2006년 5월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국적의 하난(27·가명) 씨.

그녀가 처음 시집올 때만 해도 큰 꿈에 부풀어 있었다. 비록 남편(42)과 열다섯 살이나 차이가 났지만 한국으로 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베트남에서 소개받았을 때 남편은 중견기업에 다닌다고 소개했지만 알고 보니 조그만 영세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게 돼 하난 씨는 경제적 곤란을 겪어야만 했다. 하난 씨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당했다.

2001년 8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넘어온 중국 한족 박미선(34·가명) 씨. 박 씨는 한국에 넘어오기 전 TV속에서 보던 화려한 한국생활을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허름한 집과 좁은 방 시부모와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은 중국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지만 결혼생활이 7년이 넘어가면서 점차 그런 생활에 적응해 나가게 됐다.

하지만 생활과는 별개로 아이들(6살, 4살)의 미래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그나마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한 중국인이어서 다른 이주여성들 아이들처럼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릴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이들의 교육비를 생각하면 자신도 돈을 벌어야 하지만 마땅한 일자리마저 없다.

이처럼 대전지역에서 취업을 원하는 이주여성은 전체의 90%에 해당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취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47.5%)이었고 그 다음으로 본국 가족 송금(22.1%), 자녀교육비 충당(10.7%) 등의 순이다.

이처럼 많은 이주여성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취업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순탄치 않다. 언어문제와 학력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이주여성이 30%나 되고 한국어 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이주여성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또 이주여성의 80%가 고졸 이하 학력으로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학력문제로 단순 노무직이나 생산직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복지관 관계자는 “이주여성 10만 명 시대를 열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이주여성을 위한 대책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주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직업훈련 및 고용촉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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