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충남 금산군 남일면의 한 하천 변에서는 총성이 울렸다. 총성과 함께 멧비둘기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멧비둘기는 야생동물보호 법률에 지정돼 허가 없이는 잡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밀렵꾼이 잡은 멧비둘기는 총 5마리.
밀렵꾼은 야생생물관리협회 등으로 구성돼 있는 밀렵감시단과 금강유역환경청 밀렵감시요원들의 단속에 적발됐다.
지난달 8일 대전 유성구의 한 식당에는 밀렵감시단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이 식당에서는 불법으로 포획된 야생동물 수십 마리를 대형냉장고 등에 보관하며 몸보신을 위해 야생동물을 찾는 사람들에게 식용으로 판매했다.
단속반이 이 식당에서 발견한 야생동물은 개구리 40마리를 포함해 멧비둘기 6마리, 너구리 1마리 등 총 65마리.
단속반 관계자는 “야생동물을 포획한 밀렵꾼들이 식당에 돈을 받고 팔아넘긴 것”이라며 “밀렵꾼들이 불법포획한 야생동물은 몸보신 등을 위한 식용으로 쓰이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야생동물 불법포획과 밀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 때문에 가뜩이나 먹이 부족으로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마구잡이 밀렵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금강유역환경청과 야생동물관리협회,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실시한 1차 밀렵행위 합동단속에서 상습·전문적 밀렵행위 42건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신과 식용으로 불법포획한 경우가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렵장 외 수렵행위가 7건, 수렵동물 외 수렵행위가 5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대전·충남지역이 29건, 충북지역 13건 등이었다. 밀렵꾼들의 불법포획에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이 희생됐다.
단속 기간 멧비둘기를 비롯해 흰뺨검둥오리, 너구리, 청둥오리, 북방산개구리, 쇠오리, 한국산개구리 등이 밀렵꾼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밀렵꾼의 대부분은 정해진 수렵허가 지역을 벗어나거나 멧돼지, 꿩 같은 유해조수 외에 야생동물을 무작위로 잡다가 단속에 적발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논산과 금산 등 도내 4개 시·군 수렵장의 면적은 야생생물 보호구역과 공원구역, 문화재 보호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자연휴양림 등 수렵 금지구역을 빼고 1494.79㎢에 달한다. 특히 대전, 충남·북 등 충청지역의 수렵금지 구역은 총 9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금강유역환경청은 폭설 등으로 야생동물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 앞으로도 밀렵행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번 합동단속에 이어 오는 3월 31일까지 2차 합동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아울러 밀렵단속 전문요원을 상시 투입해 관내 순환수렵장과 주요 철새도래지 등에 대한 밀렵행위에 대해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