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택시법) 개정안에 정부가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어제 김황식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택시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위원들의 뜻에 따라 재의요구안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가 이에 불복해 재의결을 추진할 경우 어떤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국회와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거부권 행사를 결정한데는 이 법 통과 시 빚어질 국가적 폐해를 감안해서다. 택시법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에 다름 아니다. 30만 택시 종사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대선을 앞두고 졸속 처리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중차대한 법을 개정하면서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민의를 반영한 국회결정은 응당 존중해야 하나 그것이 국민 뜻과 배치된다면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데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버스나 지하철, 기차 등과는 분명 구별된다. 수송 분담률이 9%인 택시를 20~30%대인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한다. 여객선이나 전세버스와 같은 유사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게 뻔하다. 무엇보다 택시법이 통과되면 연간 1조원 이상 추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옥죌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강행한 건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택시업계의 고충을 외면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 택시기사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을 해봤자 한 달 수입이 고작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런 부분부터 먼저 해결해야한다.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어떤 법도 환영받지 못할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택시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22명, 74%의 압도적 찬성률로 통과돼 여야가 재의결을 시도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재의결에 앞서 민심부터 살펴볼 일이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을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임으로서 입법권을 남용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정부는 국민과 택시업계가 납득할만한 대안을 하루빨리 내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