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료로 각광받던 심야전기 보일러 인기가 옛말이 됐다. 지난 14일부터 인상된 전력요금이 적용되면서 심야전기 보일러 사용요금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21일 한국전력공사 충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심야전기 요금 인상률은 40%에 육박한다. 2009년 7.6%를 시작으로 2010년 8%, 2011년 8%, 2012년 4.9%, 올해 5% 등 38.2%까지 인상했다.
이 때문에 심야전기 요금 부담이 많이 늘었다. 심야전기 보일러를 쓰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가정은 2009년 12월 전기요금이 17여만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23만 5000여원으로 늘었다. 이 가정은 특별한 가전제품을 사용한 것이 없어서 심야전기 보일러를 요금인상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 가정처럼 심야전기 보일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구가 5년 사이 요금이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더 추워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평균기온은 영하 3.1도로 평년(0.3℃)보다 약 3.4도 낮았다. 특히 이달 초는 평년에 비해 5.1도나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달 말에도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추운 날이 많겠고 기온도 평년(-6∼3℃)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난방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심야전기 난방비가 도시가스 난방비보다 더 비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충청에너지서비스는 106㎡주거공간에서 도시가스 난방을 사용할 경우 겨울철 한 달 예상 난방비는 16만 8275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같은 조건에서의 심야 전기료는 23만 5350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기요금의 오름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전력측은 최근 1년반동안 네차례에 걸쳐 전기료가 인상됐다고 하지만 원가에 턱없이 모자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전측은 심야전기의 원가 회수율은 7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100원 어치 전기를 팔면 30원을 손해 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 한전 측은 2010년부터 심야전기 신규 신청을 기초생활수급자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제한적으로 받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한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4) 씨는 “전기요금이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올랐다”며 “이번에 요금이 인상된 데다 날씨도 지난해보다 더 춥다고 해 심야전기 요금이 더 많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충북대 주변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최근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심야전기 보일러가 설치된 원룸이 인기가 없어 새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야간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 심야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없다”며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해 각종 가전제품 대기전력 차단하기, 쓰지 않는 플러그 뽑기 등의 절전 생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민 기자 ymjoo@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