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부업체 최고이자율을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금리 인하정책은 오히려 서민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고이자율을 내리게 되면 대부업체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지자체에 신고한 대부업 등록을 취소하고 ‘지하세계’ 등에서 고금리 불법 사채업자로 둔갑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법정 최고 이자율을 기존 연 39%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의 경우 조달금리와 연체율, 기타 비용 등을 감안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이자율을 연 36% 정도로 책정하고 있지만 20%대로 내려간다면 경영난이 불보듯 뻔하다고 대부업체 측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 2006년 최고이자율을 내린 일본의 경우 서민금융시장이 붕괴되면서 불법 사금융이 급증하는 선례를 겪었다.

지난 14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개최한 ‘2013년 대부금융업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사카노 토모아키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지난 2006년 대금업법 개정으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9.2%에서 연 20%로 인하된 후 대부업체 수가 2007년 3월 1만 1832개에서 지난해 3월 2350개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고금리가 인하된 후 대출 잔액은 10조엔에서 3조엔으로 70%가량 줄었고 불법 사금융 규모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 불법 사금융업자와 신용카드 현금화업자, 전자머니 현금업자 등 신종 불법사금융이 급증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

이에 일본은 상한금리를 연 20%에서 30%로 다시 상향하고 총량대출규제의 완화를 골자로 하는 대금업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1년 12월 말 기준 1만 2486개였던 등록 대부업체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만 1402개로 감소, 1년 사이 1084개가 문을 닫았다.

이는 2007년 66%에 달했던 대부업체 최고금리가 49%로 떨어지고 2010년 7월에는 다시 44%로, 2011년 6월에는 39%로 인하된 영향이 크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지난해 4~12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8만 6000여 건으로 전년도 전체 피해신고 접수 건에 비해 3배가 넘었다.

대부업체가 줄어들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

문제는 경기침체 장기화 및 가계부채 증가로 가계운용에 쪼들리는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있다.

한 대부업 관계자는 “무조건 금리를 낮추는 게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단속을 하면 업체들은 ‘일단 지하로 들어가자’는 일시적인 감소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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