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대전의 한 구청 직원은 “복지의 확대는 당연한 것이며, 이에 반대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선 자치구의 현실도 모른채 무작정 실행을 강요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복지 정책 확대에 따라 일선 자치구들이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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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복지 관련 정책 예산 편성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이 일정 비율(60:28:12)로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복지 정책이 확대될수록 지자체의 부담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가 대선 공약의 실행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려는 욕심이 강한 만큼, 관련 정책이 속속 추진되면서, 이에 대한 예산을 마련하려는 자치구들의 움직임도 치열하다.
△복지 정책 확대의 핵심, 영·유아 보육료= 노인, 장애인, 아동, 교육 등 여러 복지 관련 항목 중 올해 복지 예산 확대의 가장 큰 요인은 영·유아 보육료 분야다. 다른 분야의 예산 규모가 전년과 크게 변동되지 않은 반면, 보육료는 대상 범위가 0~5세 영·유아 중 소득 하위 70%까지에서 전체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전시 자치구들의 경우 올해 예산 중 복지비 비율이 48~5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영·유아 보육료가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진 것이다.
이번 보육료 인상으로 각 자치구들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재원은 적게는 12억원에서 많게는 23억원에 이른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일반회계가 2000억원이 넘어도 고정비와 경상비 등을 제외하면 가용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구청장 재량비가 연 100억원도 안되는 현실에서 20억원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어려운 사정은 대전의 모든 구청이 마찬가지지만 영·유아 비율이 높은 유성구와 서구가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 올해 초 기준 영·유아 수를 보면 중구가 1만 4187명인데 비해 유성구는 2만 2227명으로 40% 이상 많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법정 의무 경비 마련에도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수반하는 복지예산까지 마련하기가 여간 벅찬 것이 아니다”면서 “현재로서는 추경에 의존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성토했다.
△정부 부담률 확대가 유일한 대안= 사회의 흐름을 볼 때 복지의 확대는 필요적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지자체가 이에 대한 일정 부담을 안고 간다면 정책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도로나 하천 정비, 환경 개선 등도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항인데, 부족한 예산으로 어떻게 배분하라는 것이냐”며 “복지정책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원 대책이 없으면 구청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궁극의 해결책은 지자체와 정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구청에서는 현재 60:28:12(정부:광역:기초)인 복지비 분담 비율 중 급한 대로 정부 비율을 70%까지만이라도 올려야 당장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늘어난 복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진행될 구민 서비스를 줄여야 할 판”이라며 “지금의 지방세 체제에서는 복지 예산의 정부 부담율을 90% 이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는 이번 임시회에서 복지비에 대한 정부 부담률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