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송모(41·서구 둔산동) 씨는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을 지난해보다 절반이상 줄일 계획이다. 물가는 올랐는데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다. 생계문제로 바쁜 친인척도 무리해서 부르지 않고 모인 가족끼리 조촐하게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주부 김모(52·동구 가오동) 씨 가족은 올해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을 계획이다. 비용과 손이 많이 필요한 차례는 성묘로 대신하고, 음식은 온 가족이 먹을 만큼 간단히 준비할 예정이다. 명절 선물도 되도록 줄이고 꼭 인사를 드려야 하는 곳에는 비교적 저렴한 실속세트로 대신하기로 했다.
올해 설 명절을 맞아 가정주부 10명 중 4명은 소비지출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전국 주부 350명을 대상으로 설 소비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44.3%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대답은 10.8%,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44.9%를 기록했다. 또 ‘차례를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57.7%에 달해 ‘준비한다’(42.3%)보다 높게 조사됐다.
이번 설 체감경기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악화했다'는 응답이 71.2%로 '비슷하다'(23.7%)와 '개선됐다'(5.1%)를 크게 웃돌았다.
명절 소비지출 감소 이유로는 물가상승이 41.9%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실질 소득 감소(21.9%), 가계 부채 부담(20.6%), 경기불안 지속(12.3%), 고용 불안(1.9%) 등 순이었다. 설 세뱃돈을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명절과 관련 가장 먼저 소비를 축소할 항목으로 선물·용돈(60.6%)을 꼽았고, 차례 준비(22.6%), 여가비용(16.8%) 등이 뒤를 이었다. 선물 계획이 있더라도 주부 대부분은 5만원 미만의 저가제품을 선호했으며, 그 비용으로는 평균 34만 1000원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밖에 설 소비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부대책으로 물가안정(56.6%), 일자리 창출(14.0%), 경제 불안심리 안정(12.6%), 부동산시장 안정화(8.9%), 세금부담 완화(4%) 등을 제시했다.
김경종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최근 세계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물가인상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이번 설에도 소비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물가안정 정책과 더불어 기업도 저가상품을 늘려 침체 된 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