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근거로 사정재판을 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건 또 다른 사법살인이라고 생각한다.”
법원이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된 책임제한사건 사정재판 결정문 내용을 16일부터 피해주민들에게 공개한 가운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곳곳에서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서산지원 민원실에 마련된 컴퓨터와 책자 등을 통해 자신들의 피해액을 확인한 피해주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서 민박업을 하는 신문웅(44) 씨는 자신이 청구한 1370만원 중 이번 사정재판을 통해 한 푼도 인정이 안 된 것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신 씨는 2007년 기름유출 사고가 나기 5개월 전인 7월경 백리포 앞바다를 지척에 둔 자신의 집을 이듬해부터 민박업을 하기 위해 137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기름유출사고가 나자 사실상 폐업상태로 몇 년을 보냈다.
신 씨는 다른 피해 보상은 고사하고 리모델링을 하면서 들어간 자제비와 인건비 등 1370만원을 받기 위해 피해액을 신고했으나 법원은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기름유출 사고가 나자 기름 제거를 위해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에게 무상으로, 그것도 자신의 돈으로 기름까지 넣어주면서 민박을 내줬는데 이같은 결과가 나와 신 씨는 억울할 뿐이다.
신 씨는 “개인채권 신고자가 3000여명이 되는데, 법에서 우리 같은 약자를 더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대를 하고 왔는데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니 실망이 크다”고 토로했다.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문승일(46) 사무국장도 신 씨와 비슷한 처지다. 태안군 남면 몽산포항 일대에서 낚싯배를 운영해온 그는 기름유출 사고로 1300만원의 피해액을 신고했으나 국제기금 사정에서 8만 2000원을 인정받았고, 법원에서는 46만원이 책정됐다.
문 사무국장은 “5년을 기다려왔고 법원이 피해주민들의 아픔을 헤아려 줄 지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차라리 이럴 거면 사정재판 금액을 안받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정재판 결과 수산분야는 직접피해가 있었던 만큼 피해액을 많이 인정해 준 반면 비수산분야인 관광업이나 숙박업, 음식업 등 간접피해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비수산분야의 경우 기름유출에 따른 피해액 산출 연관성이 떨어지는 피해액 신고는 대부분 기각되거나 책정 되더라도 터무니없다 보니 관련 피해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산=박계교 기자 antisof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