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피해보상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기름유출 사고 발생 5년 만에 최초로 한국 법원이 손해액을 산출해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로써 피해주민 개개인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피해주민들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줄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남아있다. 또 다른 지루한 싸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피해금액 사정액이 피해 당사자들의 정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이 문제를 푸는 핵심 열쇠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을 7341억 4383만 3031원으로 결정했다. 주민들의 직접 피해액이 4138억원, 방제비용과 해양복원사업에 소요된 비용 등이 1844억원이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산출액보다 4배가량 많은 액수다. 앞서 IOPC는 피해금액으로 1824억원을 산정한 바 있다.
우리 법원의 사정액이 IOPC 사정액을 훨씬 넘어서지만 피해주민들이 청구한 4조 2000억원과는 여전히 괴리가 너무 크다. 판결 결과에 대한 피해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피해민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조금이나마 반영됐다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비수산분야 피해민들을 중심으로 사정액이 너무 적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낚싯배를 운영하는 한 어민의 경우 2000만원의 피해를 봤지만 보상금액은 50만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
보상금액에 불만을 가진 피해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민사소송이다. 일각에서는 민사소송이 줄을 잇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민사소송을 벌이면 얼마나 많은 기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이와는 별도로 가해자인 허베이스피리트사가 한국 법원의 피해금액 사정액이 너무 많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IOPC가 이의를 제기해도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피해금액 사정액이 선주사나 IOPC의 보상한도를 넘어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사고 후 5년이 지나 피해주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시간을 더 끌면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 사정재판에서 인정된 피해액을 정부가 우선 지급해 주는 방안을 강구해봄직하다. 피해주민들의 숨통을 터주자는 거다. 국회 태안유류피해 특별위원회(특위)의 재가동도 필요하다고 본다. 특위는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됐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자동 해산됐다. 이번 판결로 특위가 할 일이 다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