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종 충북지사가 16일 불산용액 누출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의 공장을 방문해 공장 관계자로부터 현장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충북도 제공 | ||
경북 구미에서 발생했던 불산 가스 누출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5일 청주산단내 ‘글로벌 디스플레이(GD)’ 공장에서 불산 용액 누출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특히 GD는 지난 해 6월 가스 누출로 인근 가로수를 고사시켰다는 의혹도 받은 바 있어 미흡한 안전의식과 환경당국의 허술한 사후관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본보 2012년 6월 12일자 3면 보도>
15일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청주산단내 GD는 지난 해 6월에도 유독 가스 노출 의혹이 제기됐다. 본보는 해당 업체 인근에 식재된 수십 그루의 가로수의 잎이 붉게 변하고 말라가는 등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장 정문 앞 100여 그루의 은행나무 중 절반 이상의 가로수가 고사하거나 잎이 변색됐다. 정밀 조사에 나선 환경당국은 나무들의 고사 현상이 병충해나 농약 등 인위적 원인이 아닌 공기 중 오염물질로 인한 문제라며 유독물질 누출 가능성을 지적했다.
조경 전문가들도 환경연구소에서 지목된 오염물질의 발원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GD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GD는 주변 공장의 변색한 유리창 등을 배상하는 차원에서 사태를 매듭지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유독 가스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
이번에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는 작업자가 부주의로 밟은 수송 플라스틱 배관이 깨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독물질 취급 설비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다행히 누출된 불산이 '물 수준'인 8% 농도인 희석액으로 2차 피해가 우려되지는 않았지만 치명적 독성을 가진 원액 또는 기체였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에 대한 시설·장비 규격에 대한 법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 15일 오후 9시 50분경 청주산단내 한 업체에서 불산누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다쳤다. 사진은 사고 발생 후 누출 원인을 조사 중인 소방당국. 김용언 기자 |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시행령 등에는 ‘시설을 적절하게 유지·관리해야 한다’거나 ‘침하·균열 등 안전상 위해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유독 물질을 담거나 처리하는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업체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유독 물질 처리 설비를 갖출 수 있고 이에 따라 언제든 대형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지역 환경 당국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도 화학물질관리과에 따르면 연간 사용량이 총 120t 이 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안전시설·장비 정기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기준 미달로 적발된 업체는 행정처분을 포함한 불이익이 내려지고 있지만 지난 해 처분을 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어 형식에 그치고 있다.
형식적인 순찰이 아니라 전문 인력이 투입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기록해서 보고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장치산업에 전문지식이 없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화학공장에 대해 1년에 한번씩 점검에 나서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안전관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을 갖춘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협조해 분기별 정밀한 합동현장점검이 절실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로 인해 취급·시설·장비 규격을 대폭 강화하는 등 관련 법규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실수로 밞아 파이프관이 깨지고 불산이 누출될 만큼 공장 시설이 허술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환경련은 또 철저한 후속대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도 요구했다.
환경련은 “해당 업체가 누출된 불산 용액을 배수구로 배출했다고 해명했지만 중화 작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충북도를 포함한 환경 당국은 지역사회가 납득할 만한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