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내를 의심했다.

생후 15일 된 딸의 혈액형이 이상하다는 게 이유였다.

아내는 억울했다.

분명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이었고 혈액형을 의심하며 친자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계속된 남편의 의심과 협박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아내는 급기야 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딸이 없어지면 남편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아내는 한순간에 잘못된 생각으로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 부장판사)는 자신의 딸을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 등)로 기소된 A(38·여)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살인죄는 소중하고 존엄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특히 자녀를 돌보고 보살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책임을 망각하고 자녀를 살해한 경우 막연한 동정심만으로 가볍게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남편으로부터 딸이 친자가 아니라는 의심을 받았고 협박을 당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낳은 어린 딸을 스스로 살해하는 행동에 이르렀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엄마의 잘못된 행위로 생후 15일 된 영아는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남편의 선처 호소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 씨의 남편은 이 사건의 결정적인 계기와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크게 참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 씨는 2011년 8월 19일 오전 11시경 대전시 서구 변동 자신의 집에서 남편이 딸의 혈액형과 친자식 여부를 의심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생후 15일 된 딸을 질식시켜 살해한 뒤 방치하고 대전의 한 전통시장 화장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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