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 공약 추진과 관련해 재정 여건의 부족을 이유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충청권에 대한 ‘홀대론’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공약마저 차질을 빚을 경우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14일 “지역개발 공약도 임기 내 모두 추진해야 하지만 당장은 예산 문제도 있고 사업 타당성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논의하기 어렵다”며 “인수위에서는 주요 복지공약을 중심으로 실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중증질환 치료비 보장·기초연금 지급·초등학생 온종일학교·고교 무상교육 등 주요 의료·복지 공약에 예산이 대거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지역 공약이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인수위 관계자도 “지역사업은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후순위로 늦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주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라 정부 예산이 상당부분 들어가야 하는데 우선순위에서는 일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집을 통해 제시한 대전과 충남·세종, 충북 지역 공약은 각 7개씩 모두 21개다. 세부적으로 대전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지원 △충남도청 이전부지 개발 지원 △충청권 광역철도망 대전구간 전철화 사업 조기 착공 추진 △원도심 주거환경개선사업 조기 착공 지원 △도시철도 2호선 조기 착공 및 연장선 타당성 검토 추진 △철도문화메카육성사업 지원 △회덕 IC 건설 지원을 약속했다.
충남·세종 지역에는 △충남도청 이전소재지 지원 △충청내륙고속도로(제2서해안선) 건설 추진 △공주·부여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 △동서 5축(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추진 △과학벨트 구축 및 지역 연계 개발 △명품 세종시 건설 적극 지원 △충청권 광역철도(논산~대전~세종~청주) 건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충북에는 △청주·청원 통합 적극 지원 △과학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추진 △중부내륙선 철도의 복선·고속화 추진 △충북내륙 교통인프라 확충 △청주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지원 △동서5축(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추진(충남·세종 연계 공약) △충북 남부권 명품바이오(Bio) 산림 휴양밸리 조성 등을 약속했다.
이 같은 공약 대부분은 주로 지방자치단체 예산보다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국책사업이지만,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신속한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박 당선인이 공약 실현을 위한 5년치 소요재원으로 131조 4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지만, 이 가운데 지역공약 재원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당선인 공약 실현 재원 중) 지역공약 예산 추계는 하지 못했다”며 “지역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분담 비율 등을 별도로 정해야 하기 때문에 소요재원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대선공약 재원확보책 마련과 관련, 지역 공약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공약의 현실화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기재부가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지역공약용 재원확보는 더욱 요원해진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과학벨트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지원을 공약해 놓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한다면 이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라며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지역 공약 이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